러·日 ‘남쿠릴열도 긴장’ 고조
입력 2011-02-10 21:30
러시아와 일본 간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남쿠릴열도에 최신 무기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나섰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남쿠릴열도는 러시아의 전략적 지역”이라면서 “분리할 수 없는 우리 영토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 요미우리신문 등이 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남쿠릴열도 4개 섬 중 어느 곳에 무기를 추가 배치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현대적 무기로 안보를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프랑스에서 들여올 최신 헬기상륙함 ‘미스트랄’ 2척을 태평양 함대에 배치하고 쿠릴열도 주둔 군대의 무기를 신형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언론은 전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도쿄에서 열린 ‘북방영토 반환요구 대회’에 참석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북방영토 방문을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비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지율이 떨어진 간 총리는 그동안 영토문제에서 저자세라는 여론을 의식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상은 10일 “쿠릴열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절대적으로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제법상 북방영토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러시아의 점유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고위 관리가 거기에 얼마나, 누가 가든지 군사력을 증강하든 감축하든 상관없이 법적 가치가 변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러시아가 무기 추가 배치 카드를 꺼내들자 다소 당황한 모습이다. 11일로 예정된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신경전은 예상됐었지만 무기 추가 배치는 의외였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간 총리 등의 처신을 문제 삼았다. 산케이신문은 “간 총리가 인기를 얻기 위해 승산 없이 러시아를 자극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하토야마 전 총리는 5일 “지금 상황에서 우선 2개 섬(시코탄, 하보마이 군도)에 플러스알파라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논란이 일자 그는 이후 “최종적으로는 4개 섬의 주권을 모두 반환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남쿠릴열도의 4개 섬인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이트루프(에토로후), 시코탄, 하보마이 군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 4개 섬 중 시코탄, 하보마이 군도 반환 의사를 타진했으나 일본은 이를 거부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