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내내 생명 위협…해적질에 동원" 금미호 선장 인터뷰

입력 2011-02-11 01:50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4개월 만에 풀려난 금미305호의 선장 김대근(54)씨는 피랍 기간인 124일 동안 생명에 위협을 느끼지 않았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며 지옥의 시간을 회상했다.

김 선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위성전화 인터뷰에서 “가장 불안했던 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었다”며 “해적들이 실탄이 장전된 총을 겨누며 위협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오발사고라도 나면 그냥 죽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금미호는 피랍 기간에 해적들의 추가 해적질에 모선으로 악용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선장은 “해적 보트로는 먼 바다까지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금미호에 해적 보트 2척을 싣고 해적질에 동원됐다”면서 “해적들은 금미호를 이용해 4차례 나가 2번은 실패했지만 LPG 운반선 1척과 유조선 1척 등 2척을 추가로 납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해적에게 잡혀 지옥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마당에 다른 무고한 선박들을 납치하는 데 조종키를 잡는다는 건 정말 죽기보다 괴로운 일이었다”며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죽이겠다는 위협에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 선장은 정부가 그간 금미호 석방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금미305호가 이날 오전 8시16분(한국시간) 공해상에서 유럽연합(EU) 함대 소속 핀란드 군함을 만나 연료와 식량을 공급받고 간단한 점검을 실시한 뒤 함정의 호위 속에 안전지대인 케냐 몸바사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금미305호는 이르면 14일쯤 몸바사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륲륳,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