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 짧아지고 강도 세진 국제 곡물파동… ‘3가지 방파제’ 쌓아 식탁 충격 차단

입력 2011-02-10 21:37


정부가 곡물비축제를 추진하는 것은 기후변화와 수요 증가, 글로벌 유동성 급증 등에 따른 식량 수급 불안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국제 곡물파동은 2007∼2008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전과 달리 찾아오는 주기는 짧아지고 강도가 세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농협 경제연구소 전찬익 농업정책연구실장은 “신흥국 소득 증가로 육류 소비가 늘면서 일어나는 사료용 곡물 수요 폭증, 바이오 연료 개발에 따른 수요 증가, 잇단 기후변화 등으로 수요과 공급 모두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3가지 ‘방파제’를 쌓아 해외에서 밀려드는 충격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3개의 방파제=우선 곡물비축제를 도입해 단기 충격을 흡수할 예정이다. 사료용이나 공업용 수요가 큰 보리, 콩, 옥수수, 밀을 가격이 쌀 때 사들여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을 때 시장에 방출해 가격 안정을 꾀하겠다는 생각이다. 실제 이들 곡물은 물가에 치명적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밀, 콩, 옥수수 값이 동시에 100%씩 오를 경우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는 각각 0.6%, 0.7% 상승 압력을 받는다. 동반 상승률이 30%이면 각각 0.2%씩 높아진다. 영향이 미치는 분야는 전분, 당류, 육류 및 육가공품, 낙농품, 빵·과자류, 제분, 국수류, 유지 등으로 광범위하다.

정부는 또 안정적인 국제 곡물 조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음 달까지 세계 최대 곡물 거래시장이 있는 미국 시카고에 국제 곡물회사를 세울 방침이다. 곡물 메이저에 휘둘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싼값에 주요 곡물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2009년부터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해외농업개발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올해까지 9개국에 22개 농업 관련 기업·개인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여기에 국내 농지의 재배작물 전환도 꾀하고 있다. 생산량이 수요를 웃도는 쌀 대신 밀, 보리, 옥수수 등을 심으면 장려금을 주는 방식으로 농가를 유인하고 있다.

◇같지만 다른 일본과 한국=정부가 식량위기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는 데는 일본이라는 자극제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은 연간 2600만t에 이르는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곡물자급률이 22.4%에 그쳐 우리와 사정이 비슷하다.

하지만 일본은 안정적인 식량안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찌감치 쌀을 포함해 옥수수, 콩, 보리, 밀을 핵심식량으로 지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비축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앞 다퉈 국제 곡물거래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이 수입하는 곡물의 70%는 종합상사가 맡고 있다. 안정적인 조달 채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해외 곡물생산업체와 계약재배를 하는가 하면 직접 농장을 경영하거나 곡물 관련 선물거래까지 하고 있다.

또 해외 농업투자를 적극 지원해 일본 내 농경지의 3배인 1200만㏊에 이르는 해외 농지를 확보하고 있다. 식량위기가 닥치면 언제든지 본국으로 들여올 수 있는 식량자원을 보유한 셈이다.

반면 우리는 쌀만 비축하고 있어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주요 곡물은 수입량의 73%를 카킬, 벙기, 루이드레퓌스(LDC),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등 4대 곡물 메이저와 일본 종합상사에 맡기고 있는 형편이다. 옥수수, 사료용 밀, 콩 등은 60% 이상을 곡물 메이저를 통한 공개구매(소매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선물거래나 현지조달 통로가 없는 탓에 비싼 값에 곡물을 사들여야 하는 것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