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낭비 부추기는 관공서 관행 근절해야

입력 2011-02-10 18:03

서울시가 조직 내부에 쌓여 있는 불합리한 일과 관행들을 찾아내 뿌리 뽑는 ‘불필요한 일 버리기’ 운동을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제 ‘우선 버려야 할 20대 과제’를 선정,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간부들의 관행적 주말·휴일 출근, 주간업무보고서 작성, 화려한 장식의 보고서, 필요하지도 않은 일에 직원 동원, 윗사람에 ‘눈도장 찍기’식 대면 결재 등이다. 서울시는 직원들 설문조사를 통해 이런 관행들을 선정했다고 한다.

정부 청사나 관공서에는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도 사무실에 나오는 간부들이 적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상사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휴일에 집에 있으면 불안하다고 한다. 왠지 찍힐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출근해서는 하는 일이 없다. 컴퓨터 켜고 인터넷 서핑이나 하면서 시간을 때운다. 쓸데없이 비용만 낭비하는 것이다. 간부가 출근하니 하위직까지 덩달아 사무실로 나오게 된다.

윗선 보고 시 메모만 전달해도 될 것을 페이퍼로 예쁘게 출력한다. 주간업무보고서에는 빈칸을 채울 내용이 없어 고민하다 모양만 그럴듯하게 꾸며서 제출한다. 전자결재시스템이 있지만 구두로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야 일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보관실 직원들의 주 업무는 대민활동이 아니라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윗선에 전달하는 일이다.

유교의 영향을 오래 받은 우리나라는 허례허식과 체면치레 문화가 매우 강한 편이다. 실질적 내용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식에 지나치게 많은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니 효율과 실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조직, 나아가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도 민간기업에서는 이런 불필요한 관행들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관공서에서는 여전하다. 과거에도 몇몇 기관에서 폐지운동을 벌이긴 했지만 워낙 고질화된 관행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서울시가 성과를 거두려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게 밀어붙여야 한다. 서울시뿐 아니라 정부 부처와 다른 지자체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실용주의를 외쳐 봤자 일선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