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반하장 극치 보여준 북한의 억지
입력 2011-02-10 18:01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열기 위한 실무회담을 결렬시키고 그 책임을 남한에 전가한 북한 작태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후안무치하다. 북한은 9일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실무회담에서 “천안함 사건은 미국의 조종 하에 남측의 대북 대결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특대형 모략극”이라는 망발을 쏟아냈다. 무고한 민간인까지 살상한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남측이 연평도를 도발의 근원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억지주장을 폈다. 적반하장의 극치를 보여준 이런 집단과 과연 대화가 가능한지 회의마저 들게 하는 행패를 부렸다.
북한은 두 사건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 확약을 받으려는 남한의 뒤통수를 때린 것도 모자라 10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북남군사회담 북측대표단 공보’에서 남측을 역적패당, 괴뢰 등으로 지칭하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은 군사실무회담의 결렬 책임을 남한에 돌리고, 남한과는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몰상식하고, 비이성적인 주장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남북 대화를 통한 경제지원과 경제협력은 불가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극심한 식량난과 전력난에 봉착한 북한이 꼼수를 부릴 여유가 없다는 것을 전 세계는 알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이 지난해 북한에서 실시한 작황조사 결과 올해 북한은 86만7000t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요한 535만t보다 16.2%나 부족한 양이다. 북한은 굶어 죽는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선전·선동·기만전술을 포기하고, 진정성을 갖고 남북 대화에 임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북한이 군사실무회담을 깼고 대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또 양보를 해서라도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적십자회담 등 다른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문제도 북한 태도를 봐가며 탄력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