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중독에 빠진 당신 탈출구는… ‘Stopping 쇼핑’

입력 2011-02-10 17:38


Stopping 쇼핑/에이프릴 레인 벤슨/부키

‘쇼핑중독’이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잠시 들여다보자. 하루에 몇 천, 몇 백만원씩을 써야만 중독인 건 아니다. 한 번 쇼핑할 때 왕창 ‘지르는’ 사람, 한 가지 물건을 수집하듯 여러 개 모으는 사람, 똑같은 걸 색깔별로 사는 사람, 세일하는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 구입했다가 환불받기를 반복하는 사람…. 한 가지라도 해당되는 게 있다면 ‘쇼핑중독’이라고 이 책 ‘Stopping 쇼핑’(부키)은 주장한다. ‘TO BUY OR NOT TO BUY(사느냐 사지 않느냐)’라는 부제부터 심상치 않다.

심리학자인 저자 에이프릴 레인 벤슨은 현대인들이 쇼핑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를 심리·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치유 방안을 제시했다. 이미 기본적인 욕구를 모두 충족하는 데 성공한 소비자들의 지갑을 다시 열게 하는 건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물질의 구체적 이미지들임을 우선 지적한다. 산업에 의한 무시무시한 물량 공세가 먼저 이루어지면, 광고·언론 매체가 소비자의 어렴풋했던 물질적 욕망을 구체적 이미지로 만들고 신용카드의 존재가 소비자의 욕망을 금세 실현시킬 도깨비방망이로 기능한다는 것.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물론 소비자가 진다.

“당신은 흥분해 있고 이미 쇼핑이라는 블랙홀에 빠져든 상태다. 쇼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신은 마케팅의 덫에 무참히 걸려들고 만다. 더군다나 당신의 소비 충동을 부추기기 위해 복권 당첨 같은 거창한 미끼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미끼는 한두 주 애써 참고 나면 보상처럼 다가오는 월급날로도 충분하다.”(219쪽) 무엇이 우리를 끌어들였든, 시장이라는 게임에서 지는 쪽은 결국 소비자다.

그렇다고 현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쇼핑중독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소득 수준으론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을 기어이 사들이고야 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갖지 못한 특이한 유전자라도 타고나는 걸까? 저자는 쇼핑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행위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건 놀랍게도 ‘자아실현’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내면이나 현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지려고 하는 게 옷 액세서리 가방 따위라는 것이다. 자신감과 자존감 부족이 ‘무언가를 구입하면 지금보다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고, 물질적인 상품을 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로 삼게 한다. 질병에 가까운 쇼핑중독에 시달리거나 말거나, 소비사회는 쇼핑을 부추기고 장려할 뿐이다.

따라서 쇼핑중독을 없애려면 백화점을 다닐 때의 인내심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회복하는 작업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 이를 위해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명상, 가족들과 함께하는 취미생활 등을 권유하는데, 앞장에서 소리 높여 사회의 병폐를 비판한 것치고는 너무나 소박한 대안이라 실망스럽기도 하다. 다다익선의 감언이설에 속지 말라며 현대사회의 비도덕을 규탄하기도 하지만 별 수 없다. 늪과도 같은 중독에서 빠져나올 길은 개인의 노력뿐이라니.

하나 더. 벤슨은 쇼핑만큼 위험한 것이 돈에 대한 집착이라고 말한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은 다음의 구절을 유의하시길. “부모들은 쓰지도 않을 재산을 벌어들이고 지키느라 쉴 틈 없이 일에 매달릴 것이다. 재산에 지나친 가치가 부여되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아이는 부모의 인정과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한 자연스러운 갈망을 물질에 대한 갈망으로 대체한다”(59쪽) 재산 관리보다는 아이들에게 ‘가치 있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충분한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이, 미래를 위해 훨씬 중요한 투자이다. 욕망의 이면을 통해 자본주의의 허점을 드러내고 그것을 싹둑싹둑 잘라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쇼퍼홀릭(쇼핑중독자) 뿐 아니라 소비사회의 약자인 모든 이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