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홀 밖으로 떠난 두 자매의 클래식 여행… 송원진·송세진 음악에세이 ‘불멸의 사랑 이야기’
입력 2011-02-10 17:32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8시.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공연이 있었다. G20 참석차 방한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위한 만찬 자리였다. 헤드 테이블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업스타카토(활을 눌러 하나씩 끊어서 소리를 내는 기법)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차이코프스키의 왈츠-스케르초 34번과 라흐마니노프의 ‘보카리즈’가 연주되었을 때 영빈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그 매혹적인 선율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에서 온 귀한 손님을 위해 러시아 음악가의 곡을 선택한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32), 피아니스트 세진(30) 자매였다. 연주가 끝났을 때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다가와 “연주가 너무 좋았고 러시아어를 너무 잘해 두 번 놀랐다”며 악수를 청했다. 자매는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을 졸업한 러시아학파였다.
러시아에서 꼬박 17년 동안 음악 수업을 받고 돌아와 국내외를 넘나들며 분주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송원진·세진 자매가 펴낸 음악 에세이집 ‘불멸의 사랑이야기’(이가서)는 이렇듯 특별한 연주 여행으로 우리들을 초대한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를 위해 아이스링크에 가서 직접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연주했던 뒷이야기, 레닌의 고향 울리야놉스크 국립 아카데미 교향악단과 협연하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하루 꼬박 기차여행을 하던 일, 전남 나주에 있는 문예회관에서 그 어렵다는 바흐의 샤콘느를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연주한 일 등은 음악을 좋아했던 두 자매의 이야기가 아니라 차라리 음악이 사랑한 두 자매의 이야기로 변주된다. 암전된 무대에서의 샤콘느 연주는 모스크바 유학 당시 가끔 목욕탕에서 불을 끄고 바이올린을 켜곤 했던 시절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매는 “음악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믿기에, 비록 클래식 음악이라 할지라도 꼭 콘서트홀에서만 연주해야 된다는 건 편견”이라고 입을 모았다.
러시아에서 화폐개혁을 세 번이나 겪었고, 중고교 구두시험과 작문 시험을 치렀으며, 하얀 자작나무의 애절한 슬픔을 몸으로 체득한 자매 예술가의 글 솜씨 또한 어떤 가필도 필요치 않는 진솔함으로 감동을 더한다. 자매는 12일 오후 7시 교보문고 광화점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