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설 歸省-歸京 지도’… 수도권→호남 비율 크고 경남→호남 이동도 많아

입력 2011-02-10 17:52


도로교통硏, 1998∼ 2008년 고속도로 통행패턴 조사

이동수단 중 으뜸은 자동차다. 10명 가운데 8명이 자동차를 이용한다. 개인 승용차를 뺀 사업용 자동차만 계산에 넣은 2009년 여객수송 분담률에서 차량은 74.8%로 지하철 17%, 철도 8%를 압도했다.

명절엔 이 비율이 더 올라간다. 국토해양부가 올해 “설 고향 방문 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인가”라고 질문한 결과를 보면 82.3%가 승용차, 12.8%가 버스다. 100명 중 95명이 도로를 이용하는 셈이다. 철도, 항공, 여객선은 각각 3.9%, 0.6%, 0.4%에 그쳤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이 2년을 투자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1년간 고속도로를 오간 차량의 통행 패턴을 전수 조사했다. 주목할 대목은 전국을 경기 강원 충청 호남 경북 경남 6개 권역으로 나눠 이뤄진 ‘권역별 통행량’ 조사다. 대한민국 귀성·귀경 지도를 최초로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출발한 차량 이동 루트를 보면 수도권 시민들의 고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고속도로를 통해 수도권에서 움직인 차량은 235만1000대다. 11년 동안 설 연휴 5일간 수도권 고속도로 영업소를 통과해 나간 평균치다.

142만대가 수도권 내에서 움직였고 45만대가 충청으로 이동했다. 강원 17만3000대, 호남 13만4000대, 경북 11만9000대가 뒤를 이었다. 경남권으로 간 차량은 5만3000대에 불과했다.

‘수도권에 호남 사람 많다’는 믿음은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호남으로 이동한 차량은 경남 경북을 앞질렀다. 지난해 부산 대구 경남 경북 인구는 1180만명, 광주 전남 전북 인구는 510만명이었다. 인구차까지 감안해 보면 지역민이 수도권으로 옮겨가 살고 있는 비율은 호남이 영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모든 권역 차량들의 이동 루트를 보면 자기 권역 내 이동이 가장 많다. 다음으론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많다.

몇몇 예외 중 하나는 강원 충청이었다. 이들 지역은 98년부터 2001년까지는 자기 권역 내 이동보다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더 많았다. 강원 충청 지역민들이 과거엔 지역보다 수도권으로 많이 옮겨 살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추세는 강원은 2002년, 충청은 2003년부터 역전된다. 2003년 이후부터는 두 권역도 다른 권역처럼 자기 권역 내 이동이 가장 많다.

경남 경북에선 수도권이 후순위로 밀렸다. 경남은 경남 내에서 이동이 158만대로 가장 많았고 경북으로의 이동이 28만대로 2위였다. 수도권으로는 4만6000대만 이동해 4위에 그쳤다. 경북도 경북 내 이동, 경남, 경기 순이었다. 다른 권역에 비해 수도권으로 옮겨가 사는 지역민 비율이 낮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영호남 지역갈등이란 말도 차량 통행 패턴 상으로는 도드라지지 않았다. 경남에서 호남으로 이동한 차량은 7만대로 경남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차량(4만6000대)보다 많았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