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협상’ 김종규씨 인터뷰
입력 2011-02-10 01:45
금미305호 피랍 이후 석방 협상을 계속해온 김종규(58)씨는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선원들을 잡고 있어도 돈을 받을 것 같지 않으니 풀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이번 석방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한 일이 전혀 없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케냐 몸바사항에서 선박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금미305호의 사실상 선주다. 김씨는 이날 귀국해 경기도 의정부에 머물고 있다.
다음은 본보와의 일문일답.
-금미305호를 납치한 해적은 몇 명이나 되나.
“크게 세 부류로 나뉘어 있다. 협상하는 X들, 컨트롤하는 X들, 행동대원들이다.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이후 해적들이 일부 선원을 육지에 감금시켰다. 우리 군이 군사작전을 할까봐 경비를 강화한 것이다.”
-금미호305호 석방 과정에서 해적들에게 석방금을 줬나.
“석방금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럼 해적들이 대가 없이 풀어준 건가.
“압박 때문이다. 케냐 무슬림 단체들이 압박을 많이 넣었다(금미305호에는 케냐 선원 39명이 승선해 있었다). 또 이미 납치한 배에서 식량과 기름 등 필요한 것은 다 가져가 버렸다. 선원들은 아프고, (몸값으로) 돈이 나올 것 같지고 않으니 풀어준 것 같다.”
-압력 넣은 종교단체는.
“케냐 선원 중에는 무슬림이 많다. 몸바사에 있는 무슬림 단체라고 보면 된다.”
-김대근 선장의 몸이 안 좋다고 들었다.
“선장은 선실에 누워 있고 항해사가 배를 항해하고 있다. 일부 케냐 선원은 정신이상 증세까지 있었다고 한다.
-해적들과 접촉한 게 언제인가.
“어제 저녁(현지시간 8일 오후 8시쯤)에 석방이 결정됐다. 통화를 했다. 해적들이 전화해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다. 풀어줄 테니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배는 오늘(9일) 아침 6시∼6시30분 사이에 출발했고, 지금 북상해 연합해군을 만나러 가고 있다.”(외교부 당국자는 청해부대의 요청에 따라 인근 해역에서 작전하던 핀란드 함대 소속 함정 1척이 선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금미305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적 두목과는 어떻게 통화가 이뤄졌나.
“두목 전화번호를 나만 갖고 있는다는 조건으로 그동안 전화 연락이 계속 됐다. 2~3일에 한번씩 통화했다.”
-김 선장과 직접 통화도 가능했나.
“1월 이후에는 2~3일에 한번씩 통화했다. (해적들에게) 바꿔달라고 사정했다. 몸이 안 좋았는데 약도 얻어먹고 해서 지금은 그나마 좋아진 상태다.”
-김 선장과 지금 연락이 되나.
“오늘 아침 출항한 이후부터는 배에 있는 무전으로 연락하고 있다.”
-선원들 몸값이 650만 달러에서 60만 달러로 낮춰진 게 언제인가.
“1월 초다.”
-우리 정부와는 연락이 없었나. 석방 과정에서 도움 받은 것은.
“외교통상부에서 석방 사실을 알고 있고, 현재 청해부대와 연락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전화 한 통 제대로 안 해 주고, 협상한다고 상황실 차려놓고 나오는 사람도 없고…. 한국 국적 배에다가 사람 생명이 달려 있는데 정부에서 도와준 게 없다. 지원 요청을 거절해 내가 배를 담보로 (몸값을) 갚겠다고 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에 고기가 있으니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라고 그러더라.”
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