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대형 유통업체 판매 수수료 인하를”

입력 2011-02-09 21:29


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여의도 63빌딩 백리향에 모인 9개 대형 유통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얼굴이 굳어 있었다. 경제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이 이례적으로 연 간담회 자리였다.

회의장은 김동수 위원장이 ‘대형 유통업체가 판매 수수료를 내려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발표문을 읽어 내려가자 일순 싸늘해졌다. 김 위원장은 “중소 납품·입주 업체들은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가 높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석한 CEO들은 해명을 하고, 방어논리를 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묵묵히 듣기만 하는 등 시종일관 분위기는 무거웠다.

공정위가 대기업 CEO 연쇄간담회를 시작했다.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정책 목표를 내걸고 본격적인 ‘대기업 때리기’에 나섰다. 대형 유통업체 CEO에 이어 10일에는 대형 건설업체 10곳의 CEO를 만난다. 특히 11일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CEO와 자리를 함께한다.

첫날 간담회부터 김 위원장은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간담회에는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 황용기 한화갤러리아 사장, 서광준 AK플라자 사장, 최병렬 이마트 대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이강을 하나로마트 유통총괄 상무가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백화점·대형할인점 등의 판매수수료를 공개해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업태·상품군별 수수료 수준을 오는 2분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앞으로 판매 수수료 발표는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품·부당 이득을 없애 물가 안정을 꾀하고,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동반성장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이어 김 위원장은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소매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안에는 불공정행위 정당성을 대형 유통업체가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 납품업체가 구두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유통업체에 요청했을 때 15일 내에 회신하지 않으면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는 계약추정제, 상품 판매대금 지급기한(40일) 명시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