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 데뷔 45주년 기념 콘서트… 영원한 가수왕, 님과 함께 벌써 45년

입력 2011-02-09 18:56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자리인 시민회관에서 1971년 국내 최대 규모의 콘서트가 열렸다. ‘가슴 아프게’ ‘마음이 약해서’ 등으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수 남진의 공연이었다. 당시에는 표를 현장에서 사야했는데, 그 줄이 시민회관을 두 바퀴나 돌고도 남았다. 입석까지 꽉 찬 공연장에서 막이 오르고 당시 26세 ‘꽃미남’ 남진이 등장하자 공연장은 박수 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가수 남진(65)이 오는 3월 5일 그때 그 자리에서 콘서트 ‘님과 함께 45주년’을 연다.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40년 전에 박수를 받고 공연한 그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깊이 있는 무대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1965년 ‘서울 플레이보이’로 데뷔한 그는 71년부터 3년 연속 ‘가수왕’에 뽑힐 정도로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미워도 다시한번’ ‘님과 함께’ ‘젊은 초원’ ‘가슴 아프게’ 등 감정이 풍성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 굵고 힘찬 중저음의 목소리와 활기찬 무대 매너는 그에게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칭호를 안겼다.

원래 배우가 꿈이었다는 그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자주 들은 경험이 가수 인생에 자양분이 됐다고 회고했다.

“당시에는 닐 세다카, 냇 킹 콜이 유명했어요. 책 보는 것은 골이 아프니까, 학창시절 판이 닳도록 들었어요. 우연히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지인의 추천으로 시작된 가수 인생이지만 엘비스 프레슬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당시 가수들이 발 하나 까닥하지 않고 서서 노래를 부른 반면, 남진은 흥겹게 리듬에 맞춰 다리를 떨었다. 남진의 노래는 트로트 리듬이 대세였던 유행가의 흐름에서 벗어나 로큰롤, 쌈바, 차차차 리듬도 많았다.

이번 공연에는 1970∼80년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추억의 팝송들을 재해석해 선보일 예정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와 안무도 준비돼있다. 남진이 출연한 60여편의 영화들을 편집한 영상과 영화 주제곡을 선보이는 코너도 이어진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요즘의 아이돌 가수들의 안무를 따라할 수 있다는 그는 “45년의 가수 생활 동안 가족과 건강을 잃기도 하고 좌절한 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도 찾고 노래도 찾으며 새로 데뷔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하고 싶다. 45년간 나를 지켜준 팬들에게 보답하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