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네기연구소 “몽골 아시아 정벌 13세기 대기 이산화탄소 급격 감소”
입력 2011-02-09 18:45
몽골 군대가 아시아 정벌에 나섰던 1200년대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CO왶) 농도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감소분량은 현재 전 세계의 가솔린 1년치 소비에서 배출되는 것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카네기연구소 과학자들은 800∼1850년 세계의 토지 사용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시기엔 몽골의 아시아 정벌(1200∼1380년), 유럽의 흑사병 창궐(1347∼1400), 아메리카 대륙 정복(1519∼1700), 중국 명(明)조의 멸망(1600∼1650) 등 네 차례 큰 전쟁과 역병이 일어났다.
연구진은 이들 사건이 대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해당 시기의 농업 실태를 세밀히 재구성했다. 네 가지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모두 대규모의 인명이 희생됐지만 몽골의 침략을 제외하고는 자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몽골이 대규모 정벌을 벌였을 때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는 0.1ppm 미만 수준의 감소를 가져왔다. 이는 약 7억t의 이산화탄소를 숲이 흡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오늘날 전 세계의 1년치 가솔린 소비에서 방출되는 것과 같은 양이다.
연구진은 몽골의 아시아 정벌 외에 다른 큰 사건들이 자연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거나 전무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흑사병 같은 질병이나 명조 멸망 같은 대사건은 시간상으로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나무 또한 탄소 저장 능력을 완전히 갖추지 못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농지가 경작되지 않고 방치돼도 수십년간 썩어가는 뿌리와 베어진 초목에선 이산화탄소가 지속적으로 방출된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다른 요인으로는 세상의 한쪽이 불타더라도 다른 곳에서는 농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꼽혔다. 미 대륙의 경우는 원주민들이 이산화탄소에 영향을 미치는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지극히 적었던 게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