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담은 어떻게… 정부, 수용의사 밝혔지만 결렬 여파 불투명
입력 2011-02-09 18:42
9일 속개된 남북 군사 실무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우리 정부가 수용 의사를 밝힌 남북 적십자 회담이 만 하루도 지나기 전에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이날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다루는 고위급 군사회담과 북측이 요구해 온 적십자 회담을 사실상 연계했다. 적십자 회담 일자와 장소를 고위급 군사회담 이후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고위급 군사회담이 풀리지 않으면 적십자 회담을 비롯한 다른 남북대화도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군사회담이 열리지 않거나 어렵사리 개최되더라도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적십자 회담만 진행될 경우 실질적으로 북한의 요구사항만 관철되는 꼴이 된다. 북측은 올 들어 전방위 대화 공세를 펴왔고 지난 1월 10일과 2월 1일 적십자 회담을 열자고 잇따라 제의했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군사 실무회담을 통해 북측의 진정성이 확인돼야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런 정부가 적십자 회담 수용 의사를 밝힌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전략적 목적이 있다. 먼저 군사회담에서의 협상력 제고를 위한 일종의 ‘당근책’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측도 다른 부분에서) 얼마든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을 내비친 셈”이라고 설명했다. 북측 대표단이 전날 실무회담에서 “밤새워 논의하자”는 등 성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좀더 고삐를 죄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또 북측의 대화 공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정부 내부에서조차 북측의 제의에 우리가 너무 경직된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고 밝혔다. 비록 군사 실무회담 결렬로 남북대화가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갔지만 국내외에서 대화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 남북이 다시 얼굴을 맞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측은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로 남북대화에 임함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으며, 북측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지원을 받는 문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