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까지 가격인하 압박… 정유업계 “더 이상 어떻게…” 당혹감
입력 2011-02-09 21:28
정유업계는 정부의 계속된 가격 인하 압박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9일 “정부가 국제가격에 기름값을 연동하라고 해서 2001년부터 그래 왔고 가격을 공개하라고 해서 다 해주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시장구조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하라니 답답하다”고 푸념했다. 통신업계와 유통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장관이 가격 잘못 이해”=정유업계에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격을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윤 장관이 국가별 고급휘발유 가격을 비교한 자료를 보고 국내 가격이 비싸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국내 고급휘발유 수요가 워낙 미미한 것을 감안했을 때 비교 기준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국내 고급휘발유 기준이 외국과 다르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는 옥탄가 95 제품이 우리나라 보통휘발유처럼 흔히 팔리지만 국내 보통휘발유는 옥탄가가 94 미만이고 고급휘발유는 100 정도라는 것. 따라서 외국 휘발유 옥탄가가 95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고급휘발유와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유업계 실적은 2009년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조3617억원과 9854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25.1%, 영업이익은 23배 늘었다. GS칼텍스도 지난해 매출액이 35조3158억원으로 전년보다 26.5%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2001억원으로 전년 대비 60.3% 증가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정유사와 주유소가 국내 휘발유 가격을 국제 휘발유 가격 인상폭보다 더 많이 올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통신비 타령인가”=통신업계에서도 그동안 통신비 감소를 위해 노력을 했는데도 또 통신비를 문제 삼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 목표를 거스를 수는 없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동통신사들은 2008년 문자요금을 건당 30원에서 20원으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가입비 인하, 1초당 과금제 등을 통해 통신비가 상당히 내려갔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에서 통신비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 음성 통화비는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정액요금제를 채택한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데이터 사용이 늘고 이용요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요금이 인하되면서 회사 수익에 상당한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역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납품업체들의 판매수수료 공개 방침 등에 대해 못마땅한 표정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유통업계 대표들은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가 다소 과장·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행사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런 시각이 남아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맹경환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