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어 장관까지… “휘발유값 내려라” 전방위 압박
입력 2011-02-09 21:28
정부·정유업계 ‘기름값 힘겨루기’ 2라운드
정부가 정유업계와 통신업계를 콕 찍어 독과점 구조를 문제 삼으며 가격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최근 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통신비와 기름값이 서민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두 업종의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유통과정에 독과점적 성격이 있는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측면이 있는데 특히 시장에서 강한 항의를 받는 부분이 기름값과 통신비”라며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조정이 있으면 가격인하 요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특히 “통신 3사가 작년에 3조6000억원의 이익을 냈고 정유사도 작년 3분기까지만 살펴봐도 2조3000억원의 막대한 이익을 냈는데 이는 결국 소비자로부터 나온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요금과 관련해선 “우리 국민의 통신 사용량이 엄청난데 물건도 많이 사면 깎아주듯이 (통신도) 오래 사용하면 가격을 낮춰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장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가격 인가방식을 재검토하는 등 가격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두 업종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원가 및 가격결정구조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윤 장관은 앞서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나라 기름값의 세금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19위로 낮은 반면 세전 휘발유 가격은 OECD 평균보다 높다”며 정유업계를 압박했다. “기름값이 묘하다” “대기업도 이제 좀 협조를 해야 한다” 등 이명박 대통령의 잇단 발언에 정유업계가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여지가 없다고 항변한 데 대한 반박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 중 세금 비중은 지난해 12월 기준 51%, 올 1월 50%로 OECD 22개국 중 19∼20위를 차지했다. OECD 22개국의 세금 비중은 평균 56%이며 영국(62%) 독일(60%) 프랑스(59%) 등 유럽 국가들의 세금 비중이 높다. 반면 미국(12%) 일본(45%) 룩셈부르크(51%) 정도만 우리보다 세금 비중이 낮거나 비슷하다. 그러나 고급 휘발유 세전가격(지난달 1∼3주 평균)을 비교하면 OECD 평균을 100으로 잡았을 때 우리나라는 113.2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08년 12월 104.8에서 최근 격차가 더 확대됐다.
정유업체들은 그동안 세금 비중이 높다며 유류세를 낮춰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가 가격에 연동되지 않고 일정한 양에 정액을 부과하는 방식이라 기름값이 상승할수록 세금 비중이 낮아지기 때문에 가격 상승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771.07원으로 석 달 전인 지난해 9월 1700.31원에서 4.2% 올랐다. 반면 지난해 9월 휘발유 가격 중 세금 비중(유류세·부가가치세)은 889.49원으로 52.3%를 차지했으나 석 달 뒤에는 899.02원(50.8%)으로 1.5% 포인트 하락했다.
정부는 가격이 싼 대형마트 내 주유소와 무폴주유소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와 국내 휘발유 가격이 싱가포르 국제상품가격에 연동돼 책정되는 게 타당한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명희 김찬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