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 초중고·영세 사업장 가보니… 급식 반찬에서 돼지고기가 사라졌다

입력 2011-02-09 23:10

구제역 때문에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돼지고기로 만든 반찬이 급식 식단에서 사라지고 있다. 개학 전 식단을 짜 놓은 초·중·고교들은 서둘러 식단 구성을 바꾸고 있다. 일부 직장 구내식당은 돼지고기를 포함한 신선식품 가격 인상 때문에 재료비를 예산보다 많이 쓰고 있는 실정이다. 구제역이 봄까지 이어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돼지고기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6152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구제역 직격탄을 받고 있는 곳은 학교 급식업체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식재료를 구해야하는데 가격 부담이 만만찮다. 학교 급식은 직영으로 운영되거나 소규모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돼지고기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는 지난해 11월 계획해 놓은 급식 식단을 다시 짜야 했다. 돼지고기를 재료로 한 반찬이 일주일에 2∼3번씩 들어갔지만 다음 달 급식 식단에서 대폭 줄일 예정이다. 이 학교 이지연(42·여) 조리장은 “영양사가 돼지고기 단가가 너무 올라서 식단을 조정할 예정”이라며 “돼지고기 볶음 대신 돼지고기가 조금 들어간 잡채 등으로 바꿀 것 같다”고 말했다.

봄방학 전까지는 견딜만하지만 개학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서울 문정동의 한 중학교 영양사 김태은(29·여)씨는 “앞으로 돼지고기 구하기가 더 힘들고 가격마저 추가로 오르면 돼지고기로 만든 반찬은 양이나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식단 짜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식재료비 예산 부담이 더 커지면 급식비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 고척동의 한 고등학교 영양사 송모(27·여)씨는 “이 사태가 지속되면 급식비를 올려야 하는데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되니 학교 측에서도 걱정이 많다”며 “돼지고기를 아예 뺄 수 없어 채소를 많이 포함해 반찬을 만들거나 국에 조금씩 넣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급식업체나 영세 사업장의 구내식당에서도 돼지고기 반찬이 줄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한 구내식당에는 지난 7일 ‘구제역 및 이상기온 등으로 식재료 가격이 많이 올라 메뉴가 중복될 수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붙었다. 이 구내식당에서는 주 2회 정도 제공됐던 돼지고기 반찬 대신 생선, 해물, 냉동식품이 오르고 있다. 평택 지역 한 초교는 공급업체가 구제역에 따른 살처분과 가축이동제한으로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통보해 이달 식단에서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모두 닭과 생선으로 교체했다.

아워홈이나 CJ프레시웨이 등 대기업 급식업체가 맡고 있는 직장 급식은 아직 형편이 나은 편이다. 대기업은 유통망이 다양해 물량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고 최대 2개월 치 정도를 확보해 놓아 가격 급등 영향을 바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도 3월 이후까지 구제역이 계속되면 돼지고기 물량 확보와 식재료비 인상에 따른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봄이 되면 개학과 행락객 증가가 맞물려 돼지고기 수요가 많아져 예년에도 가격이 50% 정도는 올랐다”며 “구제역이 빨리 잡히지 않으면 수급이 더 어려워지고 가격도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응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정동원 이용상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