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자문형 랩 수수료 ‘옥신각신’
입력 2011-02-10 01:40
지난해부터 급부상 중인 자문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를 둘러싸고 증권사 간 수수료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공방의 핵심 당사자는 펀드업계 ‘맏형’인 미래에셋그룹과 자문형 랩 ‘강자’로 떠오른 삼성증권. 먼저 수수료 논쟁에 불을 지핀 미래에셋그룹이 재차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 카드를 들고 나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9일 “수수료 인하율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이라며 “이르면 이번주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박현주(53)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현재 금리가 4% 수준임을 감안할 때 3%인 자문형 랩 수수료가 너무 비싸 내려야 한다”고 말한 뒤 곧바로 실행에 착수한 셈이다.
삼성증권은 “서비스 수준에 비하면 수수료가 결코 비싸지 않다”며 발끈하고 있다. 삼성 외에 자문형 랩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우리투자 한국투자증권 등은 미래에셋의 ‘도발’을 후발주자의 가격 전략으로 폄하하는 분위기. 그러나 고객 한 명이 아쉬운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산업계의 한 축인 미래에셋의 수수료 인하 파장을 염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삼성증권 등은 가입 금액에 따라 자문형 랩 수수료를 최저 1.2%∼최고 3.2%까지 차등 적용하고 있다며 억울한 표정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자문형 랩 상품의 70%가 평균 수수료가 2% 안팎에 불과하다”면서 “펀드 수수료도 선취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연 평균 2% 중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문형 랩은 펀드와 달리 고객과 지속적인 상담, 관리가 필요한 맞춤형 상품”이라며 “간접투자인 펀드와 직접투자에 가까운 랩을 1대 1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래에셋 등 업계 관계자들은 수수료 외에 판매보수까지 따지면 랩을 팔아 버는 수익이 펀드보다 올라가는 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 따르면 자문형 랩 잔고 1위인 삼성증권은 지난해 9∼12월 랩어카운트 수수료 수익이 전분기 대비 57.4% 증가한 2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자문형 랩 시장의 자금 쏠림 현상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둔 채 수수료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팔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부터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 정도로 자금이 몰리다 보면 하락장에서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 리스크 관리를 잘 하느냐가 우선이고 수수료는 그 다음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형 랩은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와 계약을 통해 자문사가 제공하는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일임자산을 운용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3월 6500억원에 불과했던 증권사들의 자문형 랩 잔고는 지난 1월 현재 5조6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