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수정’ 무더기 징계 사태 오나
입력 2011-02-09 20:48
“고3 담임 입장에서 학생들의 1, 2학년 시절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면 화가 나요. 입시에 필요한 항목 이 부실하게 처리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학생부가 빈 수레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서울 A고교 김모(50) 교사는 9일 고등학교 학생부 관리 실태와 관련, 일선 학교의 분위기를 전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대입에서 학생부의 봉사활동, 특기적성 항목의 반영 비중이 높아졌지만 해당 항목을 대충 기재하는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이 때문에 고3이 되면 학생부를 수정하는 일이 흔하다고 했다. 그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학생부를 고치지만 교사들에 따라선 대입에 유리한 쪽으로 내용을 가공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B고교 이모(57) 교사도 “1, 2학년 때 학생부를 보면 기록이 안 된 게 너무 많아 어느 학교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학생부를 고치는 게 일반적”이라며 “대입에 필요하겠다 싶은 내용이 있으면 뒤늦게라도 입력해 주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14일부터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고교 44곳을 상대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하고 다음 달엔 전체 중·고교 학생부 실태점검에 나서기로 하면서 ‘학생부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학교들은 학생부를 수정하는 일은 흔하지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학생부를 정정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엄격한 잣대로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할 경우 무더기 징계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상당수 학교에서 수정 권한이 없는 교사가 학생부를 정정했거나 증빙서류를 챙겨 놓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고 270여건의 학생부 기록을 고친 보인고 법인 측에 교장 등 17명을 징계토록 요구했다.
시교육청은 새 학기부터 부적절한 학생부 정정을 ‘성적 조작’으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학교 현장에서 학생기록부 수정을 원하는 학생·학부모와 이를 거부하려는 교사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부 관리 절차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교과부령인 ‘학교생활기록의 작성 및 관리에 관한 규칙’과 관련 훈령을 일부 개정할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한 학교 내에서 교장과 교사가 학생부를 마음대로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절차를 좀 더 엄격히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성수 박지훈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