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무바라크 건재 과시… 시위대는 최대 인파

입력 2011-02-09 18:23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15일째로 접어들면서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집트 전역에선 8일(현지시간) 사상 최대의 시위 인파가 모였고, 노동자 파업이 진행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검토할 위원회와 모든 정치개혁 이행을 감독할 독립위원회의 설립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개헌위는 오는 8∼9월 대선을 앞두고 입후보 자격 완화, 연임 제한 규정 신설 등을 논의한다.

즉각 퇴진 압박을 받아 왔던 무바라크는 이날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을 접견하며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일정도 수행했다.

3주째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시위대는 무바라크가 물러날 때까지 시위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등지에서 수만명이 시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시위인파가 반정부 시위 시작 이후 최대 규모라고 추산했다. 광장 인근에서는 300여명의 ‘텔레콤 이집트’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수에즈 운하를 운영하는 기업 소속의 노동자 3000여명도 수에즈와 이스마일리야 등에서 급여 인상과 근무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8%를 차지하는 수에즈 운하의 운영 차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집트 최대 야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을 통해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술레이만 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집트 주민의 열망에 부응해 즉각적이고 평화로우며 합법적인 ‘질서 있는 전환’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CNN이 보도했다. 바이든은 집회와 표현의 자유 허용, 즉각적인 계엄해제 등 4개항을 요구했다.

한편 에벨리네 비드머-슐룸프 스위스 연방 재무장관은 전날 밤 국영 TV 독일어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가 스위스 은행에 거액의 자산을 뒀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