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생명과 평화가 한국교회 중심이 돼야 합니다”

입력 2011-02-09 17:58


“생명과 평화는 교회 성장이나 선교 과제보다 시급합니다. 왜냐하면 지속적인 생명과 평화 없이는 그 모든 선교 노력이 헛되고 도리어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경재(사진) 한신대 명예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충정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열린 ‘생명평화마당’ 첫 월례 포럼에서 한국 기독교가 ‘생명과 평화’라는 주제에 ‘사즉생(死卽生)’의 비장한 각오로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교회의 개교회 중심주의에 대한 자성과 변혁을 촉구했다.

포럼에서 김 교수는 ‘왜 생명과 평화가 한국 교회의 중심 주제여야 하는가?’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와 시민사회가 힘을 잃고 있으며 비인간화와 양극화, 지구 생태계 파괴 등이 진행되는 것을 ‘심상찮은 위기’라고 진단하며 이 때문에 이 시대의 깨어 있는 기독교인들은 생명과 평화라는 화두에 진지하게 대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시대에 교회가 진력할 1차적 사명은 교세 확장이 아니라 생명과 평화 공동체 실현이며 십자군적 영성이 아니라 십자가의 영성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개별 교회 중심주의를 변혁돼야 할 대상으로 꼽으면서 “성공적으로 목회 중인 개별 교회라 해서 책임이 면제될 수 없고, 역사와 사회는 개신교 전체의 회개와 공동 책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더 구체적으로는 개교회 중심의 성장 운동을 중단하고 모든 교회가 매월 헌금 총액의 10%를 생명과 평화 운동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의 발제 중에는 요즘 베스트셀러와 EBS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끄는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를 비판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이 강의에서처럼 서구사회가 ‘정의’를 소득과 분배,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을 어떻게 나누는지의 문제로 보는 것은 개인주의적 인간관에 기초한 것으로, 오늘날의 시장중심적·소비지향적 자유주의를 야기했으며 정의로운 인간 공동체 실현을 방해하는 뿌리 깊은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 교수는 성경 미가서 6장 8절의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仁慈)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과 야고보서 1장 27절의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아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라는 정의 개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생명평화마당’은 지난해 4월 ‘2010 생명평화선언’을 내놓기 위해 의견을 모았던 기독교인들이 만든 모임으로 매달 두 번째 화요일에 같은 장소에서 포럼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달 8일 2차 포럼에서는 ‘현 정권과 기독교의 관계’에 대한 교회·성서·신학적 평가가 진행된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