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파적 이해 노린 개헌은 안된다
입력 2011-02-09 17:44
한나라당이 개헌 의총을 하루 앞당겨 9일 종료했다. 주류인 친이 측 주도로 끌어온 개헌 의총은 친박계의 ‘논의 무시’ 전략에 따라 사실상 반쪽짜리 의총이 되었다. 결국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개헌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주류, 그들만의 모임’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한나라당 내 정파 간 합의, 민주당 등 야당 설득, 국회 처리, 국민투표라는 개헌 단계 가운데 첫 번째 당내 의견수렴 관문조차 제대로 넘지 못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의총에서 일부 친박계 반발 속에 개헌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 위해 당내 특별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개헌불씨를 계속 확산시켜 나갈 속셈이다. 친이계는 표면적으로 시대 흐름과 변화에 맞춰 국민 기본권 등을 손질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권력구조 개편에 방점을 찍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이런 방향의 개헌에 대해 한나라당 내 친박계나 민주당 등 야당이 합의해 줄 리 없다. 그럼에도 친이계가 개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을 보여주는 것은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임기가 2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파 간 이견이 있는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국민은 정파적 이해가 내재돼 있는 무리한 개헌보다 산적한 국가적 난제와 민생 문제를 먼저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바람에 반해 개헌 논의를 이끌어 가려 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개헌은 한나라당이 며칠간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에 TF를 구성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개헌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먼저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고 이어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회동해 개헌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후 각 정당이 국회 차원에서 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만일 정치 지도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대통령은 개헌 의지를 깨끗이 접어야 한다. 이게 개헌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요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