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벨트 나눠먹기 기필코 막아야
입력 2011-02-09 17:52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둘러싼 정치권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과학벨트는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 공약으로 채택해 충청권에 조성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방송좌담에서 공약에 얽매이지 않고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이후 지역과 정치권이 이를 유치하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과학벨트는 기초과학 연구 환경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한국을 과학선진국으로 만들자는 국가적 과업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과학벨트는 총선을 앞두고 득표를 노리는 정치인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충청권은 물론이고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전북, 경기도까지 나서서 자기 지역 유치를 부르짖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분산 배치 구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박주선(광주 동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노골적으로 나눠먹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 최고위원은 어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으로 분산 배치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라지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는지 안타깝다.
과학벨트는 예산도 천문학적으로 투입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지역경제 살리기나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득표 전략으로 활용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이를 쪼개서 각 지역에 나눠준다면 당초 목적을 기대하기는커녕 예산낭비의 전형적 사례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과학벨트 설계자인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우려했듯 분산 배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과학벨트는 공약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이미 120만평의 필요 부지가 확보된 충청권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은 곳이 있다면 입지 선정은 오로지 효율의 극대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과학자와 관련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권의 자제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