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국세청판 CSI

입력 2011-02-09 17:44

‘냉철한 메스로 범죄와 사회를 해부한다!’

법의관의 세계를 다룬 TV 드라마 ‘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법의학자들이 치밀하게 사건을 추적해 가는 범죄수사물이다.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 분)과 신참 법의관 고다경(김아중 분)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권력 등에 맞서 정확한 부검과 과학적 수사 방식을 통해 진실을 파헤쳐간다. 올 초부터 방영된 ‘싸인’은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 등으로 현재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범죄수사물은 미국 드라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다. 국내 지상파와 케이블TV에서 방송 중인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는 철저한 과학적 증거분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최첨단 과학수사 시스템을 통한 수사가 볼거리다.

CSI를 모델로 삼아 국내에서 처음 제작돼 방영된 게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2005년 지상파 추석특집으로 첫 선을 보인 ‘별순검’은 2007년 10월부터 케이블 채널로 무대를 옮겨 지난해 11월까지 시즌 1·2·3이 완성됐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과학수사와 추리를 결합시킨 퓨전 사극으로 인기를 끌었다. ‘별순검’은 ‘조선판 CSI’, ‘싸인’은 ‘한국판 CSI’로 불린다.

국내 대표적인 과학수사기관은 국과수다. 1955년 설립된 이래 독립된 영역의 과학수사 분야를 개척해 왔다. 출범 초기의 원시적 수사기법에서 탈피해 80년 이후 거짓말탐지기(80년), 음성연구실(87년), 유전자분석실(91년), 화재전문연구실(2000년) 등을 설치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유전자 감식 분야 등은 세계 수준을 자랑한다. 수사의 과학화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8월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지위가 격상돼 새로 출발했다.

일반적 범죄수사 외에 고도로 지능화된 신종 탈세를 과학적으로 색출하기 위해 첨단탈세방지센터(FAC)가 엊그제 출범했다. 국세청이 파생금융상품 등 신종 금융거래 수법을 이용한 첨단 탈세 행위를 뿌리 뽑고자 과학적 세무조사 기법을 개발해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과세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계약서 내용을 가필하거나 문자를 덧칠하는 위·변조 행위와 필적, 인영, 잉크 등을 분석해 동일성 여부를 판독하는 포렌식(forensic) 기법도 동원된다. ‘국세청판 CSI’다.

탈세 근절은 공정한 세정, 더 나아가 공정한 사회를 구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첨단 탈세와의 전쟁에서 국세청이 승리하길 기대한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