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최철한을 주목하라
입력 2011-02-09 17:34
2011년 2월 한국랭킹이 지난 7일 발표됐다. 1위는 12개월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세돌 9단, 2위는 천원전 우승을 차지한 최철한 9단에게 돌아갔다. 3위는 박정환 9단, 4위 허영호 8단, 5위 원성진 9단, 6위 강동윤 9단이 랭크되며 한국랭킹에도 새로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41승 33패로 승률 55%에 그친 이창호 9단은 7위까지 추락했다. 입단 이래 60%이하의 승률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창호 9단은 랭킹 4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본선시드를 받지 못해 세계대회 출전을 위해서는 국내 선발전을 거쳐야한다. 이 9단은 최근 열린 초상부동산배 세계대회 국내선발전 1회전에서 강유택 3단에게 반집패를 당하며 한국대표티켓을 놓쳤다. 8위는 박영훈 9단, 9위 김지석 9단, 10위는 십단전과 BC카드배에서 승리를 거두며 2단계 올라선 이영구 8단이 차지했다.
신묘년 새해가 밝자 눈에 띄는 새로운 기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가장 주목해야할 기사는 최철한 9단이다. 그는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녀혼성페어 동메달, 남자단체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올 초에 열린 농심신라면배에서 파죽의 4연승을 거두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또한 기사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천원전에서 박지은, 강유택, 윤준상 8단을 꺾으며 생애 첫 결승무대에 오른 이태현 3단을 3대 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7년 만에 다시 천원전 우승을 차지했다.
최철한은 2003년 천원전에서 동갑내기 라이벌기사 원성진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이듬해 국수전과 기성전에서 이창호 9단을 연파하며 3관왕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 그는 거침없는 질주를 보여주었다. 2005년에는 2번의 우승과 4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계속되는 준우승에 조금씩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시기 ‘송아지 삼총사’라 불리는 동갑내기 원성진 9단과 박영훈 9단은 활개를 치고 있었다. 어둡고 긴 터널이었다. 그에게는 갑절의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내딛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2009년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에서 박영훈 9단을 물리치며 우승했고, 응씨배 세계대회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세계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2003년 천원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승세를 탔어요. 올 초에도 천원전에서 우승했으니 좋은 조짐이라고 생각해요.” 기사들에게는 유난히 인연이 있는 기전(시합)이 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기 마련, 왠지 지금 2003년의 최철한을 보고 있는 듯 해 기분이 좋아진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