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으로 떠나는 봄마중 여행-포천 허브아일랜드] 고운 꽃길 따라, 재스민 향에 취해 볼까

입력 2011-02-09 17:34


튀니지의 23년 독재 체제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이집트를 비롯한 이웃국가에 반정부 시위를 확산시키고 있는 튀니지의 민중봉기를 ‘재스민 혁명’이라고 한다. 향기가 만 리 밖까지 퍼진다고 ‘만리향’으로도 불리는 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國花)로 허브의 일종. 민초들의 민주화 함성을 상징하는 그 재스민이 지금 경기 포천의 허브아일랜드를 순백의 꽃과 달콤한 향으로 뒤덮고 있다.

휴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식물원인 허브아일랜드는 지금 봄이 한창이다. 온실 바깥은 겨우내 쌓인 눈이 녹지 않아 아직도 한겨울이지만 온실 안은 재스민을 비롯해 너스트츔, 부겐베리아, 제라늄 등 형형색색의 허브 50여종이 내뿜는 향기와 아름다운 꽃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종현산 줄기가 왕관처럼 둘러싼 신북면 삼정리에 둥지를 튼 11만평 규모의 허브아일랜드는 전국 최대의 허브농원. 유럽의 고성을 닮은 30여채의 건물과 240여종의 허브가 지중해 마을을 연상시킨다. 재스민은 4개의 온실로 이루어진 2000여평의 허브식물박물관에 식재되어 있다. 허브식물박물관은 거제도의 외도보타니아와 함께 한국에 두 곳 뿐인 식물박물관.

재스민 축제가 한창인 허브식물박물관에 들어서면 학재스민, 야래향재스민, 캐롤라이나재스민, 오렌지재스민, 마다가스카르재스민 등 10여종의 재스민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덩굴식물인 재스민은 ‘하나님의 선물’로 불리는 식물. 지구상에 200여종이나 된다는 재스민 중 가장 아름다운 꽃은 바람개비 모양의 앙증맞은 하얀 꽃이 밤하늘의 별처럼 주렁주렁 피는 학재스민. 아치형의 학재스민 터널은 향기에 취한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꽃말이 ‘영원한 사랑의 맹세’인 재스민은 향이 강해 우울증 치료제로 쓰인다. 향기에 이성을 유혹하는 성분이 있어 신혼부부 침대에 뿌려주는 꽃으로도 인기가 있다. 관람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재스민 차 한 모금을 마시면 온 몸이 재스민 향으로 물든다.

만개한 재스민 주위에는 3월의 제라늄 축제를 앞두고 피기 시작한 형형색색의 제라늄과 장미꽃, 박물관 경사면을 노랑색과 주황색 꽃잎으로 수놓은 너스트츔, 그리고 ‘허브의 여왕’으로 불리는 라벤더가 색과 향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식물박물관 옆의 꽃가게에서는 저렴한 값에 다양한 허브식물을 판매하고 있다.

허브 추출액을 비롯해 4000여종의 허브상품이 진열된 향기가게와 선물가게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동갈비에 허브꽃잎을 얹어 구워먹는 허브갈비와 허브꽃을 비벼먹는 허브비빔밥은 허브아일랜드의 대표 음식. 이밖에도 200여종의 허브빵, 허브차, 꽃차 등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허브여행의 대미는 향기치료인 아로마테라피로 완성된다. 아로마테라피는 70분 코스로 허브 향기를 맡고 허브 추출액으로 전신 마사지를 받다보면 심신이 청량해진다. 아로마테라피를 체험하는 펜션도 인기. 심신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페퍼민트방, 여성의 기능성 증상에 도움을 주는 로즈방,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오렌지방, 마음의 안정과 숙면에 도움을 라벤더방 등 4개로 미리 예약해야 한다.

식물원은 속성상 해가 지면 문을 닫는다. 그러나 허브아일랜드는 해가 지고 어둠이 짙어지면 허브꽃밭보다 더 화려해진다. 300만개의 LED 꼬마전구가 영롱한 빛을 발하는 불빛동화축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얀색, 파란색, 초록색, 붉은색, 주황색, 빨간색, 노란색 전구로 단장한 겨울나무는 밤하늘의 별들이 몽땅 지상으로 내려앉은 느낌이다.

허브아일랜드의 재스민 축제는 이달 말까지, 불빛동화축제는 3월 말까지 계속된다. 12일에는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향초 만들기’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입장료는 3000원으로 밤 10시까지 개장(www.herbisland.co.kr).

포천=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