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교통신] “여행제한 좀 풀어주세요!”
입력 2011-02-09 18:02
외신보도와 실제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외교통상부가 특정 국가를 여행금지 또는 여행제한 국가로 분류하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1년에 절반은 유럽에서 지내는 내게 그런 불안감을 준 나라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꼽으라면 ‘유럽의 화약고’라 불려온 발칸반도의 일부 국가들이 있다. 가장 최근까지 전쟁의 아픔을 겪은 코소보,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과 대외 이미지가 워낙 안 좋은 알바니아, 루마니아 등이다.
나도 이런 나라들은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코소보에 갈 일이 생겼다. 불가리아 출장을 마치고 내친김에 발칸의 뇌관과도 같은 나라에 발을 디딘 것이다.
외신은 다수인 알바니아계 주민과 소수이지만 지배계층인 세르비아계 주민 사이에 유혈충돌과 이를 막기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개입 그리고 전쟁 등 온통 흉흉한 소식을 쏟아냈다. 그러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코소보 땅에 내리자 외교부에서 문자를 보냈다. ‘귀하는 여행제한지역 포함 국가 여행 중, 여행제한지역 체류여부 확인요망, 긴급용무 아니면 출국요망.’ 이 문자에는 덜컥 겁이 났다. 게다가 영화 ‘테이큰(Taken)’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매부리코의 알바니아계가 운전기사였다. 나는 무슨 사지로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를 지켜주소서!” 기도가 절로 나왔다.
코소보는 2008년 2월 17일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한 신생국이다.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사회시스템은 어느 나라보다 선진적이다. 발칸의 안정을 원하는 유럽연합의 지원 덕분이다. 그만큼 코소보는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다. 국민 50% 이상이 실업상태지만 잠재력이 있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고급인력을 저비용으로 채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곳에 태권도사역을 하는 선교사님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한태진 선교사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을 찾아갔다. 도장에는 태극마크와 함께 Arirang Taekwondo(아리랑 태권도)라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막 들어가자 현지 어린이와 함께 식사교제를 나누고 있었다.
선교사는 코소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집시들을 상대로 사역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집시라면 쓰레기처럼 여기나 한 선교사는 태권도를 가르치고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도록 인도했다. 감동적이었다.
선교사의 집도 방문했다. 온기가 없어 썰렁했다. 그곳에서 그동안의 삶을 나눴다. 생생한 선교현장을 들으며 은혜를 받았다. 일방적으로 하나님의 말씀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선교 전략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결국 선교란 ‘영육의 빵’의 필요를 채워주는 종합적인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과 은은 내게 없지만 내게 있는 것’이라고는 짬뽕라면 5개 들이와 현금 조금밖에 없어서 많은 것을 드리고 오지는 못했다. 하지만 코소보 땅을 사업가의 눈으로만 아니라 선교사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시간이었다.
막 현장을 떠나려는데 선교사님의 간곡한 부탁이 오래도록 남았다.
“외교부에서 코소보를 여행제한 국가로 분류하고 있어서 선교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실제로 코소보는 매우 안전하며 오히려 여자들도 밤거리를 마음 놓고 다니기는 한국보다 낫습니다. 여행제한이 풀려야 기업도 들어오고 코소보를 살릴 수 있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서태원 (유로코트레이드앤트래블 대표·서울 이문동 동안교회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