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로 사는 기쁨을 누리는 이동원 목사 아내 우명자 사모
입력 2011-02-09 15:17
[미션라이프] “들러리는 주연을 주연되게 하는 조연입니다. 들러리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신으로 인해 주연이 가장 빛나는 때 입니다.”
평생을 들러리로 사는 것이 기쁘다는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의 아내 우명자 사모. 그는 최근 ‘들러리의 기쁨’(두란노)이란 책을 출간하며 사모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사는 동안 목회에 바쁜 남편 덕에 로맨스라고는 느껴보지 못했다는 우 사모를 최근 경기 성남시 지구촌교회에서 만나보았다.
“원로목사로 목회 전면에서 한 발짝 물러나신 이 목사와 요즘은 로맨스를 누리고 계시나요”란 첫 물음에 우 사모는 웃음으로 대신했다. 다시 한번 똑같은 질문을 이 목사에게 던지자 “사람들이 내가 한가할 것이라고 생각해 더 많은 특강과 집회를 요청, 향후 2년간 스케줄이 꽉 찼다”며 “내 시간은 없고 두배로 바빠졌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부부지간에 왜 로맨스가 없겠느냐. 다른 색깔의 로맨스가 있다”고 살짝 미소를 띠며 부언했다.
우 사모는 불신앙의 집안에서 태어나 사모가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경기 수원시에서 극장을 운영하는 집에서 태어났다. 3남3녀의 막내였던 그는 일곱 살에 친구따라 처음 교회 문턱을 밟았다. 집안의 신앙 1세대가 됐다. 그가 말씀을 통해 하나님과 전인격적으로 만난 지 13년 후 어머니가 교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둘째 오빠에 이어 1970년대 후반 아버지가 주님께 돌아왔다.
극장을 경영하며 간판그림까지 그리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우 사모는 미대에 진학했다. 대학시절 한국십대선교회(YFC)에서 활동하며 전도사인 이 목사를 만났다. 당시 우 사모는 배우자와 관련해 2가지의 기도를 하고 있었다. 예수님을 잘 믿는 사람, 자신보다 꼭 7살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목사도 하나님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친구, 가정 형편 때문에 성취 못했던 학업의 길을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달라고 기도했었다. 우 사모를 만난 뒤에 평생의 파트너로 결정했다.
당시 이 목사는 175㎝의 키에 몸무게가 50㎏도 채 안되는 병약한 몸의 소유자였다. 미래가 보이지 않은 궁핍한 집안이었다. 이 목사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우 사모 집안에서는 거세게 반대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 사모에게 집안의 반대를 물리칠 힘과 담대함을 주셨다.
“아버지, 아무리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어요. 아무리 건강하던 사람도 교통사고가 나면 장애인이 되지 않습니까”
이 한마디에 아버지는 마음을 바꿨고 75년 드디어 결혼했다. 그러나 역시 결혼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목사의 아내, 대가족의 손자며느리로 살아가는 일은 우 사모에게 끝없는 인내와 변화를 요구했다. 73년에 석사를 마쳤다. 박사과정에 진학하려 했으나 우 사모는 우선순위를 바꾸었다.
“사모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그림을 접었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접은 게 아니고 우선순위가 바뀐 것입니다. 여유를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사모 역할은 남편이 말씀과 기도에 전무하도록 돕는 것이다. 가정이 화목해야 강단이 바로 서고 교회가 부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가정내 피스메이커가 되기 위해 힘썼다. 사모는 목회자가 진정한 목사 되도록 돕는 ‘들러리’라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하는 들러리는 주종 관계가 아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들러리란 최선의 반려자, 최상의 섬김이다. 최선의 반려자로서 들러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쁜 삶을 살 수 있다고 우 사모는 말했다.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요 15:15)란 말씀처럼 그분에게 속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기쁜 것이다.
그러나 사모도 때론 고독하다고 토로했다. 공적인 위치기 때문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도 늘 남편 옆에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나 같이 대화하는 즐거움도 내려놔야 한다.
“사모는 문제가 생겼을 때에 ‘왜’라고 질문하기보다는 ‘어떻게’ 풀어나갈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문제를 자신만의 창조적인 방법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요. 결국 사모 역할을 즐겨야 합니다.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님과 깊은 교제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우 사모는 “모두가 앞에 나서려는 지금은 정말 진실한 들러리가 요구되는 시대”라며 “이 땅의 사모들이 하나님 안에서 평화를 누리며 아름답고 창조적인 들러리로 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3년 전 둘째 아들을 결혼시킨 후 우선순위에서 미뤄두었던 미술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성남=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