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초대 관장 지낸 아버지 이어 “어깨 무거워요”
입력 2011-02-08 19:04
“초대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아버지에 이어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8일 국립중앙박물관장에 내정된 김영나 서울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물관장에 임명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아직 임명장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공식적인 인터뷰는 나중에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 관장의 아버지 김재원(1909∼90) 박사는 1945년 광복과 더불어 국립박물관장을 맡아 70년 퇴임할 때까지 25년 동안 박물관 행정에 평생을 바쳤다. 김 박사는 관장 재임 때 광복과 미군정, 한국전쟁 등의 열악한 시대 환경 속에서도 오늘날 국립박물관이 있게 한 중심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광복 직후 일본인들이 수집한 문화재를 신속히 접수했고, 미군이 군용막사를 짓는 과정에서 경복궁을 파헤친 사실을 세상에 알려 미군정 당국으로부터 곤욕을 치른 일화는 유명하다.
27년 함흥고등보통학교 졸업 후 독일 뮌헨대학 철학부에서 교육학과 고고학을 전공, 34년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박사의 문화재에 대한 열정은 두 딸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큰딸인 리나(홍익대 교수)씨가 고대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막내딸인 김 관장이 서양 현대미술을 공부한 것도 아버지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근대미술사를 주로 연구한 김 관장은 서양미술사학회 회장, 한국미술사교육연구회 회장, 한국근대미술사학회 회장, 덕성여대와 서울대 박물관장 등을 역임하다 이번 임명으로 최초의 부녀 국립중앙박물관장 기록을 세우게 됐다. 2007년에는 자매가 나란히 문화재위원으로 위촉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7년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을 연출한 이권 감독이 리나씨의 아들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