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시위 소강국면… 9월 대선까지 ‘무바라크 체제’ 가능성
입력 2011-02-08 22:13
이집트 정국이 일시적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9월 대선까지 ‘무바라크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과 군부의 움직임 등 돌발 변수는 상당해 불안정한 정국이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국 주도권 겨냥 추가 유화책=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반(反)정부 시위 2주째인 7일(현지시간) 친·반정부 시위대 간 충돌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관영통신 메나(MENA)가 보도했다. 그는 “충돌로 억울하게 희생된 시위대의 가족들이 겪을 고통을 나누고 있다”는 위로를 곁들였다.
이집트 정부는 4월부터 공무원 급여를 15% 인상키로 했다. 이를 위해 65억 이집트 파운드(1조2000억원)의 예산을 마련키로 했다. 검찰은 전직 각료 3명과 집권 국민민주당(NDP) 고위 관료 1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또 구글의 중동·북아프리카 마케팅 담당 임원 와엘 그호님을 석방했다. 이집트인인 그호님은 콘퍼런스 참석차 이집트를 방문했다가 자신의 트위터에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남긴 뒤 지난달 28일 연락이 두절됐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호님이 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달 25일 이후 최소한 297명이 숨지고, 500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무슬림형제단이 최대 변수=야권으로 넘어갔던 정국 주도권의 일정 정도를 무바라크 대통령이 회복한 모양새이다. 그러나 곳곳이 ‘지뢰밭’이다.
최대 야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이 심상치 않다. 이 단체는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정부와의 대화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의 대화 중단 경고는 다목적용이다.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지지기반인 시위대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특히 연일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미국을 향한 경고라는 분석이 더욱 지배적이다.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그 조직 몇몇 리더들과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6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하나의 분파”라고 무슬림형제단을 깎아내린 바 있다.
무슬림형제단이 정부와의 대화테이블을 박차고 나가 시위대를 이끌 경우 정국은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높다.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야권 내 조직 간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반대로 군부 내 세력 갈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정부 시위를 둘러싸고 군 고위 간부와 중간 장교 간에 균열이 발생할 경우 쿠데타 등으로 정국이 한순간에 돌변할 수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유화책이 먹혀들지도 미지수다. 실질적인 개혁 효과가 없을 경우 이집트 국민들이 또다시 시위 현장에 집결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벌써 “반정부시위로 표출된 국민의 분노를 달래려는 국면전환용 카드”라고 비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