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무바라크 지지세력과 이유
입력 2011-02-08 18:41
美·유럽, 걸프만 석유 안정적 공급망 희망
埃군부·상류층, 극단 이슬람정권 수립 경계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가 15일째를 맞은 가운데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친정부·반정부 시위대가 충돌하는 와중에 발생한 폭력 사태를 규명하는 조사위원회까지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야권과 시위대가 분열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국 주도권이 그에게 넘어간 양상이다. 한때 중도 퇴진의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그가 대선이 예정된 오는 9월까지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아진 건 국내외 강력한 지지 기반 덕분이다.
우선 그는 대외적으로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튀니지에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났을 때 시위대의 편을 들었던 미국은 이집트에 대해선 ‘점진적인 민주화’를 주문하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석유와 이스라엘을 큰 축으로 하는 미국의 일관된 외교정책 때문이다. 미국은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목적으로 중동의 친미 정권을 보호하고, 미국 내에 막강한 로비력을 가진 이스라엘의 정치적 안정을 보장하는 방향을 취해 왔다. 따라서 미국 중동정책의 중요한 축인 이집트에 이란 같은 극단의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는 사태를 막기 위해 무바라크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
다른 서방 국가들 역시 이집트가 혼란에 휩싸이는 걸 우려하며 무바라크의 명예 퇴진을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산유국이 몰려있는 걸프만의 요지인 이집트가 격랑에 휩쓸릴 경우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석유 공급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아프리카와 가까운 유럽에서는 난민 유입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내적으로 그는 안정을 바라는 이집트 군부와 중상류층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열쇠를 쥔 군부는 그를 버리지 않고 있다.
군부는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시절부터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이집트에 평화와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정책을 지지해 왔다. 이슬람주의자들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을 무력 침공한 이스라엘을 아무리 비난해도 이집트 군부는 이집트의 평화를 가장 우선시했다. 만약 이집트가 평화조약을 깬다면 이스라엘은 바로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를 재침략할 것이고, 연간 2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원조도 끊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중상류층 역시 무바라크의 즉각 사임보다는 민주주의 체제로의 연착륙을 원하고 있다. 다른 중동 국가보다 경제적 개방정책을 취해 온 이집트에 시위 등 혼란이 장기화되거나 극단적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민주화 시위 초반부에 소시민과 학생이 주를 이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장기집권하면서 변질됐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은 집권 초기 정치범을 석방하고 신문의 발행을 허용하는 등 융화정책을 펼쳤었다. 때문에 그는 이집트 내에서 최근 소셜네트워크가 등장하기 전까지 여론 지도층의 지지를 받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