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시행 유보 시그널 여파… 탄소 배출권거래제 불꽃 공방
입력 2011-02-08 22:05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인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앞두고 산업계와 정부가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8일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 현재 시행 중인 목표관리제에 비해 제도운영의 탄력성이 높아져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최대 68%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7일 라디오 연설을 배출권 거래제 시행(2013년 예정) 유보로 해석하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일부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녹색위와 환경부는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시행시기는 융통성 있게 조절하되 시행 자체는 양보할 수 없다는 신호를 산업계에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녹색위는 산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시행시기를 2013∼2015년 범위에서 정하겠다”며 입법예고 안에서 한 발 물러난 수정안을 제시했다.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제가 예정대로 2013년에 도입되면 제조업 생산비용이 최대 1.27% 증가하며 국내총생산(GDP)은 0.58%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만 앞서가는 것은 업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지운다는 반발이다.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2015년 이후 재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사실상 제도 무산에 무게를 둔 주장이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국제사회에서 선도적 역할을 공언한 정부로서는 업계의 불만을 전부 들어줄 수는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2009년 11월 국무회의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0년까지 통상적 경제활동을 펼쳤을 때 배출될 것으로 추산되는 분량(BAU:Business As Usual)보다 30%를 줄이겠다고 확정해 공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은 국제무대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공언해 왔다.
정부는 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배출권 거래제 정부안을 최종 확정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