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대한 닮은꼴 바람] 상공회의소 찾아간 오바마
입력 2011-02-08 22:29
“규제 풀고 감세해줄테니 경제 좀 제발 살려주오”
“법인세 깎아주고 규제 완화해줄 테니, 경제 좀 살려다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 재계 대표들을 앉혀놓고 던진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 재계 최대 단체인 상공회의소(商議)는 취임 이후 거의 등을 돌린 상극(相剋) 관계였다.
미 상의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정치자금을 모아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했고, 민주당 후보들이 낙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트레이드마크인 건강보험법과 금융규제법 등을 반(反)기업적 입법이라고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런 상의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찾아갔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손잡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계 인사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재계의 책임을 강조하고, 재계가 받을 수 있는 당근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연방정부가 교육과 사회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로 기업이 성장과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현행 법인세를 감면하고 규제 완화를 좀더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계도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책임이 있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조 달러에 이르는 기업들의 내부 유보 현금을 투자와 고용 확대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수출 및 고용 확대를 거론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일자리를 최소 7만개 늘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의와의 관계를 의식해 자신과 재계 간 견해차를 인정하면서 공통 영역도 있으니 정부와 재계가 한마음으로 경제 살리기에 협력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재계로부터 그다지 환영받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박수는 몇 번 나왔지만 그의 주장을 열렬히 반기지 않았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은 바뀌었지만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정책은 그대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