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北 도발 사과부터”…北 “포괄적 군사긴장 해소를”

입력 2011-02-09 00:23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깊게 파인 남북 사이의 골은 메워지기 어려웠다. 양측은 8일 오전 10시부터 9시간 동안 군사실무회담을 벌여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다뤄질 의제와 일정 등을 집중 논의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다만 북측이 진지하고도 유연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9일 오전 속개될 이틀째 회담에서 성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남북은 우선 고위급 회담 형식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남측은 국방장관-인민무력부장(차수) 또는 합참의장(대장)-총참모장(차수)을 수석대표로 내세우자고 제의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사과를 받아내더라도 고위급이 하는 것과 아래가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북측은 75세로 고령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대신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상장)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측은 김 정찰총국장을 천안함 폭침사건의 배후로 인식하고 있어 마주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북측은 인민무력부 부부장인 대장급 인사를 수석대표로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차관급 이상으로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일단 차관급으로 형식적 관문을 통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고위급 회담 의제에 관한 협상도 난항이었다. 남측은 고위급 회담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측의 사과가 담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측은 회담 의제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는 문제 등 포괄적으로 상정하자는 전략으로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집중 부각해 두 사건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측이 쟁점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북측의 회담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북측은 과거와 달리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있으며 회의를 하루 연장하자는 제안도 북측이 먼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이번 회담에 굉장히 집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밤새워 회담을 이어가자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군사대화를 발판삼아 적십자회담, 금강산 관광재개 등 경협대화로 이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남측도 6자회담 당사국으로부터 대화 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따라서 몇 차례 실무회담을 통해 의제와 대표단 급, 장소 등을 합의한 뒤 고위급 군사회담으로 쟁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