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론스타 고배당’ 부담?… 2010년 연말 배당금 확정 내달로 유보
입력 2011-02-08 18:29
외환은행 이사회가 지난해 결산 실적에 따른 연말 배당금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고 다음 달 다시 결정키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신중한 결정을 위한 ‘유보’ 차원이지만 실제로는 론스타에 대한 ‘고배당’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3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3년 연속 금융업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외환은행은 8일 6시간 넘게 이사회를 진행했으나 배당 규모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배당 규모를 신중히 결정하기로 했다”면서 “추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배당 규모를 확정짓지 못한 데는 대주주인 론스타가 또 고액 배당을 챙겨갈 가능성에 대한 시선이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금융업계에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입김을 넣은 데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론스타와 약정한 주당 850원의 배당을 보장하기 위해 순익의 약 70%에 육박하는 자금을 챙겨야 해 내부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외환은행 최대 주주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연말결산 배당으로 주당 850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다. 론스타가 주당 850원을 배당으로 챙길 경우 하나금융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자금은 없지만 850원보다 낮으면 실제 가격과의 차액을 하나금융이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한편 외환은행은 지난해 1조55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18.4%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2364억원으로 전분기 2900억원보다 18.5% 감소했다. 순이자마진은 3분기 2.50%에서 4분기 2.82%로 확대됐다.
신한금융지주도 이날 지난해 순익이 2조3839억원으로 전년보다 82.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이후 3년 연속 업계 최고 수준이다. 또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2007년 2조3964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은행 부문 순이익은 1조66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3% 늘었으며 카드와 증권, 생명 등을 포함한 비은행 부문 순이익은 1조5397억원으로 35.2% 늘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