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도입 재외국민 선거 “고민되네”
입력 2011-02-08 18:26
내년 4월 총선부터 해외 거주 동포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지만 재외국민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 규정은 마땅치 않아 법무부와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는 2009년 공직선거법을 개정, 미국 등 해외에서 영주권을 받고 사는 재외국민과 해외주재원 등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국내에 주민등록이 있거나 국내 거소신고를 한 사람의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 지역구 의원,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해외 영주권자는 비례대표 의원 및 대통령 선거 투표만 가능하다.
법무부는 오는 6월까지 재외 선거사범 처리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주요 국가와의 사법절차 협조체제를 마칠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 선거기간 전후로 해외동포 사이에서 불법·탈법 선거운동 행위가 벌어질 경우 제재할 법적 수단이 없는 게 문제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해외 거주 유권자는 230만∼240만명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6개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은 38%에 달했다. 이를 단순 표수로 환산하면 재외국민의 표는 87만표가량이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각각 39만표와 57만표로 당락이 결정됐으므로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그러나 해외 거주 유권자가 선거법을 위반하더라도 국내 수사기관이 해외에서 직접 수사를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대국에 대한 주권 침해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인 인도청구를 한다 해도 상대국이 선거사범을 정치범으로 보고 인도를 거부할 경우 수사 진행은 어렵다.
법무부는 일단 비엔나협약에 따라 주재국에 파견된 영사가 선거사범을 조사하는 영사조사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 작성된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쪽으로 공직선거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간단치 않다. 국내 법원은 영사 조사의 증거능력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선거사범이 해외에 체류하며 조사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여권발급 제한·반납, 출입국 제한 등도 고려하고 있지만 위헌 요소가 있어 섣불리 추진하기 어렵다.
법무부 관계자는 8일 “재외국민 투표를 도입한 국가는 117개국인데 이들 국가 모두 선거사범 처리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도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며, 인터넷을 통한 화상조사 실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엄기영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