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100원 붕괴 코앞… 원화 ‘독야청청’ 초강세 왜?
입력 2011-02-08 22:08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1100원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이 약세나 보합을 보이는 것과는 딴판이다. 지속적인 경기회복세 외에 물가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기존의 고환율(원화 약세) 정책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에 기인한 바 크다는 분석이다.
8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내린 1104.7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연말 대비 원화절상률은 2.72%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올해 원화절상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날 아시아의 태국과 일본 통화는 각각 달러 대비 2.2%, 1.0% 절하됐다. 중국과 싱가포르는 1.0%, 1.4% 절상에 그쳤다. 이날 현재 원화보다 통화절상률이 높은 대표 통화는 영국 파운드화 정도로 수준은 4.4%다. 하지만 파운드는 지난해 달러화보다 3.5% 평가절화된 바 있다. 이에 비해 원화는 지난해(2.6% 절상)에 이어 연초까지 2%대의 절상률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원화 강세의 배경은 지난해와 올해 다소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라는 바탕은 같지만 지난해에는 원화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에 따라 강세를 보였다. 올해는 정책 여건의 변화 조짐이 원화강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당국이 물가급등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원화 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 재무부가 ‘세계 경제 및 환율 정책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강도 높게 지적한 것도 원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건상 환율이 1100원대를 깨는 것은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대우증권 고유선 경제글로벌팀장은 “최근 신흥국에 들어온 자본이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 수지에서 흑자가 쌓이면서 상대적으로 자본 이탈이 덜한 편”이라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흔들려 원화가 약세 기조로 돌아설 확률이 낮기 때문에 조만간 1100원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