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 지존’ 잡고보니 고교생… 학교·기업·언론사 등 104개 서버 뚫고 760여만건 정보 빼내

입력 2011-02-08 21:51


지난해 방영됐던 케이블 TV ‘4억 명품녀’ 방송과 관련, 해당 여성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신상털이)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이 고교생들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외국 정부기관 홈페이지와 국내 기업, 방송사는 물론 전두환 전 대통령과 프로 게이머 마재윤씨의 모교 등도 해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은 8일 학교와 기업·경제단체 등 104개의 인터넷 서버 시스템을 해킹, 760여만건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대구 모 고교 2학년 K군(17)과 포항 모 고교 1학년 C군(16)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해킹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 9월 케이블 TV에 출연한 20대 여성 김모씨가 ‘무직이지만 부모의 용돈으로 명품을 구입, 몸에 걸치고 있는 것만 4억원대’라며 자신을 과시하자 김씨가 회원으로 가입된 인터넷 쇼핑몰과 항공사, 부동산 사이트를 해킹해 물품 구매 및 배송 내역 등 신상정보를 캐낸 뒤 인터넷에 유포시킨 혐의다.

이들은 또 지난해 7월 EBS 인터넷 수능 방송 중 강사인 장모(39·여)씨가 “군대는 죽이는 거 배워 오는 곳”이라며 군 비하 발언을 해 파장이 일자 장씨가 근무하는 학교 홈페이지에 침입, 장씨를 비난하는 글을 게재하고 이 학교 학생 200여명의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태국의 반정부 시위 무력 진압으로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태국 교육부 홈페이지를 해킹, 메인 화면에 ‘Don't Shoot’(쏘지 마)이라는 글을 띄웠다.

또 마씨가 승부 조작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전 전 대통령이 거액의 추징금 가운데 300만원만 납부하자 이들의 모교 홈페이지를 해킹해 학교명을 ‘코갤중’, ‘코갤공업고’로 변경하는 등 훼손하고 교사들의 개인정보를 유포시키기도 했다.

이와 함께 많은 사람이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점에 착안, 자체 개발한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회원이 1700만명에 이르는 EBS 홈페이지를 해킹, 이 가운데 100여명의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더욱이 전국 학교 홈페이지 470곳을 개발한 모 업체의 직원 전용 홈페이지도 해킹해 각 학교 홈페이지 관리자들의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확보하는 등 2009년 12월부터 1년여 동안 학교와 기업, 방송사, 웹하드 업체 등 104개 사이트를 해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데이터베이스(DB) 운용 등 컴퓨터 관련 기술과 해킹 기법을 연마해 왔고 범행 당시 해외 서버 인터넷 프로토콜(IP)과 PC방 IP를 이용, 우회 접속하거나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