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멜론’ 말레네시아 첫 상륙… 동남아도 사로잡는다

입력 2011-02-08 21:59


(5) SK텔레콤, 초고속인터넷 동남아 진출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 브로드밴드(유무선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말부터는 SKT의 유무선 온라인 음악서비스인 ‘멜론’을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선보였다. 국내 1위 통신사인 SKT가 이른바 ‘말레네시아(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브로드밴드 ‘황금어장’을 잡아라=지난달 27일 오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 부킷빈탕에 위치한 로얏(Lowyat) 플라자.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전자제품 매장으로 우리나라의 용산 전자상가 같은 곳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요란한 팝음악 소리가 7층짜리 매장 전체를 쿵쿵 울리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고 휴대전화와 노트북 판촉행사를 펼치는 직원들의 호객행위와 가격을 흥정하는 풍경은 한국과 비슷했다. 10대부터 60대 이상 노년층까지 방문객 연령대도 다양했다. 특히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진 휴대전화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모토로라 휴대전화 매장에 근무하는 누르딘(28)씨는 “중국의 춘제 기간에 맞춘 할인 행사로 평소보다 3배 정도 손님이 늘었다”면서 “휴대전화나 컴퓨터 매장은 평소에도 늘 붐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쿠알라룸푸르 도심을 관통하는 페러덜 하이웨이 옆에 위치한 와이맥스(와이브로·무선 초고속인터넷) 통신업체 ‘패킷원’ 본사 1층 고객센터. 이곳에서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부속 제품을 사려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패킷원 고객센터 직원인 아마드(24)씨는 “센터를 찾는 고객은 하루 평균 300∼400명 정도 되는데, 매월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인의 유무선 인터넷망 애용은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TNS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 중 1인당 친구수를 가장 많이 두고 있는 국가는 말레이시아였다. 1인당 평균 233명으로 한국(50명)의 4.5배나 된다. SNS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도 9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말레네시아’를 동남아 브로드밴드 시장 허브로=SKT는 현재 패킷원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25.8%를 보유한 상태다. 패킷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브로드밴드 가입자 27만4000여명을 확보, 말레이시아 브로드밴드 시장의 7%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패킷원은 SKT와의 제휴를 통해 2012년까지 전 인구 65%의 망 커버리지와 함께 고객 100만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SKT는 자체 보유한 네트워크 최적화 기술과 고객서비스, 마케팅 노하우 등을 패킷원에 전수한다. 이 같은 상호 협업을 통해 SKT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확보할 수 있는 패킷원 고객(가입자)과 현지인 사업파트너 등을 발굴, IPE(산업생산성 증대) 사업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현지에 파견된 하민용 SKT 팀장은 “지금 단계는 양분이 풍부한 옥토(말레이시아)에 씨를 뿌리는 과정(패킷원 투자)”이라고 비유하면서 “최종 목표는 말레이시아를 기점으로 동남아 브로드밴드 시장의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말레이시아 통신시장의 경우, 총가구 대비 유선 보급률은 20% 수준. 하지만 무선(휴대전화) 보급률은 지난해 말 현재 120%를 넘어섰다. 지층이 연약한 말레이시아 지형 특성상 유선 설비가 쉽지 않아 무선 통신시장이 상대적으로 성장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동남아 지역 무선시장 규모 3위를 달리고 있다. 인근 국가에 비해 소득수준이 높은데다 문화적 수용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지에 일고 있는 한류붐 역시 브로드밴드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다. 하 팀장은 “먹고 입고 문화를 향유하는 창구가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통신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전자상거래나 전자 결제, 콘텐츠시장 등의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T의 이 같은 구상은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도 적용된다. SKT는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사업자인 텔콤과 설립한 조인트벤처 ‘PT 멜론 인도네시아’ 서비스를 통해 동남아 유무선 콘텐츠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원용 멜론 인도네시아 대표는 “그동안 동남아의 한류 열풍이 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 개별 콘텐츠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다양한 콘텐츠로 신한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