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학생부로 입학사정관제 가능한가
입력 2011-02-08 17:52
서울 강남의 자율형사립고 보인고등학교가 수험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무더기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제보를 받고 이 학교를 감사한 결과 지난해 대학입시를 앞두고 3학년 수험생 360명 중 200여명의 생활기록부 내용을 뜯어고쳤다는 것이다.
생활기록부는 사실의 오기(誤記)나 추가 증빙서류가 있을 때에 한해 정정할 수 있다. 하지만 보인고는 특별활동과 봉사활동, 장래 희망, 특기적성, 교사평가 등 손댈 수 없는 항목들을 수정했다. 생활기록부가 입학사정관제 주요 평가요소이기 때문에 선발에 유리하도록 고친 것이다. 생활기록부 수정은 교장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학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 덕분에 이 학교는 올해 대입에서 지난해보다 우수한 진학기록을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학교 학생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봤다는 얘기다. 이는 사실상 성적조작으로 심각한 범죄행위다. 시교육청은 서울지역 특목고와 자율고 44개교에 대해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보인고 교장을 중징계하고 관련 교직원 17명을 처벌토록 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일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입학사정관제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차제에 학생기록부의 보안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학부모가 자녀의 학생기록부 내용을 열람할 수 있다. 교육청 홈페이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에서 열람신청을 하면 누구든 가능하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를 통해 학부모가 평가내용에 대해 항의하거나, 입력기간 중 이를 파악한 후 수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어떻게 학생기록부를 정확하게 작성할 수 있겠는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학생부는 철저히 인비(人秘)로 처리된다. 입학사정관 제출시는 물론이고 전학을 갈 때도 밀봉이 훼손되면 입학이 안 된다. 그에 비해 우리 학생부는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 학생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볼 수 있고, 마음에 안 들면 고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학생부를 토대로 입학사정관제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