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 불신 자초하는 공인중개사협회
입력 2011-02-08 17:49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신·구 집행부가 회장 선출 문제를 둘러싸고 심야 난투극까지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조직폭력배들의 활극을 보는 듯하다. 사건은 6일 밤 11시30분쯤 서울 청룡동 협회 건물에서 발생했다. 구 집행부 측이 용역업체 직원 50여명을 동원해 사다리차로 옥상을 통해 난입한 뒤 사무실에 있던 신 집행부 측 회원 50여명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일부가 부상을 입었다. 격렬한 몸싸움으로 석유난로가 넘어져 대형 화재가 일어날 뻔했다. 어처구니없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폭력 사태 연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벌에 처할 일이다.
양측 갈등은 지난해 10월 이종열 회장이 학력 위조로 당선무효가 확정되면서 비롯됐다. 이후 구 집행부인 홍사권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으나 반대파가 지난달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홍 대행을 불신임하고 우도찬 임시회장을 뽑으면서 내분이 극에 달했다. 지난 1일 법원이 대의원총회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자 구 집행부 측이 신 집행부 측을 강제해산시킨 게 저간의 사정이다.
차기 회장직을 차지하기 위한 주도권 다툼의 산물이다. 회원 8만여명을 거느린 협회의 연간 예산은 300억원 이상이다. 회장은 예산 집행권과 시·도 지회장 인사권을 쥐고 있다. 막강한 자리다. 그렇지만 그간 방만한 운영으로 예산 집행이 투명하지 못했다. 부당한 예산 전용 의혹도 제기됐다.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현실이라면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국토해양부와 금융감독원이 뒷짐만 지지 말고 나서는 게 마땅하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중개업계는 건전한 부동산 유통시장을 만들어 나가면서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 발전할 수 있다. 그러려면 협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중개업 등록증을 빌려 중개업자 행세를 하면서 서민들의 보증금을 가로채는 전세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서도 협회는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회원들의 등록증 대여를 금지해 이런 사건을 막아야 함에도 자체 지도 등 자정활동에 소홀한 탓이다.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협회의 맹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