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유목민’, 그는 아직 배가 고프다… 히딩크, 터키 감독으로 한국과 A매치

입력 2011-02-08 17:26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65·사진) 감독. 그가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9년 만에 태극전사와 적으로 만난다. 적장으로 변신한 히딩크 감독은 터키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10일 오전 3시(한국시간) 터키 트라브존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경기장에서 한국팀과 친선경기를 벌인다.

이번 평가전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명장 히딩크 감독과의 재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이후 호주와 러시아 대표팀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터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데 A매치에서 상대팀 감독으로 한국과 맞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나 세계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마법의 사나이’ 히딩크. 한국과 호주 등에서 성공 신화를 이어간 그가 이제는 터키에서 새로운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태극전사 히딩크로=히딩크 마법은 누구다 다 알다시피 한국에서 시작됐다. 한·일 월드컵을 앞둔 2001년 1월 한국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강인한 체력을 앞세운 중원 압박으로 한국축구의 체질을 변화시켰다. 그 결과는 4강 신화라는 기적으로 완성됐다. 한반도를 붉게 물들인 히딩크 감독은 일약 한국의 영웅으로 우뚝 올라섰다. 한국에서의 영광을 뒤로하고 “나는 경기가 있고 선수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2002년 7월 고국 네덜란드 클럽팀으로 돌아갔다.

◇사커루(호주축구) 히딩크로=한국의 국민적인 지지와 성원을 뒤로 하고 네덜란드로 컴백한 그는 4년 동안 네덜란드 명문 클럽팀 PSV 에인트호벤 감독직을 맡았다. 히딩크는 이 기간동안 세 차례 리그 우승(2002∼03, 2004∼05, 2005∼06시즌)과 네덜란드 FA컵 우승(2005년), 2004∼05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끌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청부사로 호주에 입성하게 된다. 당시까지 호주는 32년 동안 월드컵 본선 무대에도 밟지 못한 팀이었다. 이런 나라에서 그의 마법은 또 한번 빛을 발했다. 과감한 세대교체로 호주축구를 담금질한 히딩크는 32년 만에 호주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의 지도력은 독일 월드컵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첫 출전한 호주를 당당히 16강까지 이끈 것이다.

◇투잡 히딩크로=히딩크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는 호주를 떠나 2006년에는 러시아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히딩크는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에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용병술을 앞세워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러시아의 4강 진출을 이뤄내 ‘역시 히딩크’라는 찬사를 받았다.

히딩크는 2009년 2월에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설득으로 첼시의 임시 사령탑까지 맡게 된다. 히딩크 감독은 감독직을 맡자마자 첼시의 재건을 위해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다. 스콜라리 전 감독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드록바를 주전으로 적극 중용하고 두 번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데쿠를 벤치 멤버로 과감히 밀어냈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첼시 사령탑을 맡은 3개월 동안 24번의 경기에서 18승5무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팀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과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2008∼2009 시즌이 마무리되자 미련없이 러시아로 돌아온 히딩크는 다시 월드컵의 추억에 빠져들지만 뼈아픈 아픔을 맛보게 된다. 슬로베니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출전이 좌절돼 3회 연속 월드컵 무대 진출에 실패한 것. 처음으로 히딩크의 마법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터키 전사 히딩크로=러시아에서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히딩크의 다음 행선지는 터키다. 그는 수많은 러브콜을 뒤로하고 지난해 8월 터키와 2012년 8월까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12)가 끝난 후 성적 여부에 따라 계약을 2년 연장할 수 있다는 옵션을 추가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염두에 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에서의 쓰라린 추억을 뒤로하고 유럽의 변방 터키에서 다시 한번 마법을 부릴지 주목된다.

트라브존(터키)=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