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美·유럽으로… 나도 바꿔볼까?
입력 2011-02-08 21:29
선진국行 ‘머니 무브’ 가속… 해외 펀드투자 어떻게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해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에 가속도가 붙었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펀드 목록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해외펀드투자 시 신흥국 펀드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 않되, 단기적으로 선진국 펀드에 분산투자하라고 귀띔한다.
◇글로벌 자금 선진국行=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하는 조짐은 지난해 연말부터 나타났다. 8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조금씩 불거지던 지난해 12월 넷째주(20∼24일)에 중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 투자한 주식형펀드에서 30주 만에 처음으로 5억62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이어 마지막주(24∼28일)에는 30억4400만 달러가 빠지더니, 신흥국의 잇따른 금리인상과 이집트 소요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자 지난주(1월31일∼2월4일)엔 무려 70억2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2008년 2월 이후 주간기준 순유출 규모로는 최대치다. 반면 미국, 서유럽 등 선진국에는 최근 한 달 반 동안 124억 달러가 흘러들어갔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신흥국에 치중했던 투자금을 회수해 선진국 시장으로 분산시키고 있는 과정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시적인 ‘엑소더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증권 이민정 선임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의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에 지수도 고점이어서 투자 심리가 약화되고 있지만 미국 등 선진시장은 경기지표가 호전되면서 경기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 이동으로 신흥국과 선진국 간 증시 양극화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5.28%), 미국(2.72%), 독일(2.36%) 등 주요 선진국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인도(-10.64%), 인도네시아(-7.95%), 중국(-0.62%) 등 신흥국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선진국과 신흥국 중간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적어 대규모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성적 괜찮은 선진국펀드는?=국내에 설정된 해외투자펀드도 최근 한 달간 수익률 희비가 엇갈렸다. 북미, 유럽, 대만펀드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성적이 좋은 북미펀드와 유럽펀드에 지난달 각각 335억원, 775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특히 유럽펀드에 자금이 순유입되기는 2008년 11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조8937억원, 해외 이머징펀드에서는 213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개별 펀드 중에선 ‘신한BNPP봉쥬르미국증권자투자신탁(H)’이 최근 6개월 20.73%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미국대표주식증권자투자신탁1(주식)’과 ‘AB미국그로스(주식 재간접)종류형A펀드’가 각각 18.64%, 18.53%로 뒤를 이었다. 유럽펀드 중에선 ‘미래에셋디스커버리유럽중소형밸류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C-i’가 12.36%로 선방했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은 미국, 유럽펀드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 펀드의 3년 수익률은 10%대 마이너스 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증권 배성진 펀드애널리스트는 “선진국 경기가 요즘 상승세를 이어갈 동안에 단기적으로 투자해볼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선진국 증시 상승률이 이머징 증시를 따라갈 수 있을지 꼼꼼이 따져봐야 한다”며 “신흥국과 선진국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