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관광자원 무궁” vs “갯벌가치, 발전소 7배”… 강화·인천만조력발전소 찬반 갈등

입력 2011-02-08 17:23


인천 강화도 남단과 충남 서산 가로림만 등 서해안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갯벌을 훼손할 위험을 안고 있는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3개 조력발전소 건설계획 가운데 강화조력발전소 건설은 추진력이 떨어진 상태다. 반면 가로림만 조력발전소는 강행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고, 강화도와 영종도를 잇는 인천만조력발전소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규모 조력발전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타당성이 있는지, 정부와 발전사업자는 왜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강행하는지 현지취재를 통해 들여다봤다.

“물이 없는데 무슨 조력발전이냐, 방조제로 막아 놓고 갯벌 굳으면 그것 다 보상금 안 드는 땅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

박용오 경인북부수협 어촌계협의회 회장은 지난달 말 기자와 함께 강화도 남단 갯벌을 둘러보면서 비장하게 말했다. 세계 5대 갯벌중 하나인 강화남단 갯벌의 서남단에는 인천만조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내용=조력발전은 조석 간만의 차, 즉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를 이용해 해수를 인공적으로 조성한 저수지에 출입시키면서 발전하는 방식이다. 기술은 수력발전과 다를 게 없다. 재생에너지로 분류되지만 해양 생태계 훼손 우려 때문에 재생에너지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천만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은 3조9000억원을 투입해 강화도 남단과 장봉·용유·영종도로 둘러싸인 바다를 17㎞의 방조제로 연결해 댐을 만든 다음 밀물을 가두는 공사다. 물을 가둔 면적만 157.45㎢(여의도 면적의 60배)에 이른다. 강화도와 영종도 중간에 위치한 장봉도에서 영종도에 이르는 인천 제2 조력댐에 프로젝트수차발전기 44기를 설치해 시간당 1320㎿, 연간 2414Gw/h의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인천시 연간 가정용 전력 소비량의 60%, 전국 전력소비량의 0.6%에 해당된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GS건설은 인천만조력발전이 연간 100만t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를 내므로 기후변화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종도와 강화도를 연결하는 동·서측 방조제를 편도 2차선 유료도로로 활용해 강화도의 관광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계획도 갖고 있다.

◇주민과 자연의 피해=반대진영의 핵심에는 강화군내 어민 1000여 가구와 환경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강화남단 갯벌 전체면적의 12%에 해당되는 22.2㎢(여의도 면적의 3배)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나머지 갯벌도 특성이 변해 결국 갯벌로서의 생명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명섭 흥왕어촌계장은 “갯벌이 죽으면 그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강물에 실려 온 육지의 오염물질을 정화하지 못해 연안 해역 어장도 황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는 전국 1위의 젓새우와 꽃게 생산지이자 황복, 낙지, 병어, 주꾸미, 광어, 백합, 바지락이 풍부한 곳이다.

강화지역조력발전반대 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강화도 남단은 세계적으로 2000여마리 밖에 없는 저어새를 비롯해 노랑부리백로, 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등 법정보호종이 찾는 곳이다. 여름철새인 도요·물떼새 무리가 연간 10만 개체씩 도래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강화바다는 천연기념물이고, 장봉도는 국토해양부가 2003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갯벌의 가치가 뛰어나다던 국토부는 이제 말을 바꿔 법적 보호를 해제하려 하고 있다. 주민대책위 활동가인 박유미씨는 “바다 수면이 높아지면 염기가 농토를 망칠 수 있다”면서 “강화도에 특히 많은 친환경농민과 젊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타당성 논란과 찬반 진영 움직임=반대 진영은 가두는 바닷물이 낮고 조차(간만)도 적어 환경파괴형 대규모 토목사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연간 꾸준한 발전량을 얻으려면 조수 차이가 평균 8m는 돼야 하는데 조수간만의 차가 1∼7m, 평균조차가 5.3m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연중 정상가동 일수가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천만 조력발전사업의 타당성조사를 총괄하는 한국해양연구원 이광수 연안개발연구본부장은 “1년에 단 하루 정도만 가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기후변화 완화, 청정에너지 개발 측면에서 환경에도 기여한다고 본다”면서 “30년 후를 내다 볼 때 기술자 입장에서 추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전남대 전승수 교수는 “국토부 평가에 따르더라도 갯벌 가치가 조력발전소의 생애가치보다 7배나 더 크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조력발전은 40여년전 프랑스에서 준공된 이후 전 세계에서 단 한 군데에서도 성사되지 않았다”면서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에 최근 각국은 조류발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3일 만장일치로 인천만 조력 발전소 건설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조력발전소 건설 철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입장이 인천시의 입장으로 공식화되지는 않았다.

◇대안과 전망=강화주민대책위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강화남단 갯벌을 국내 최초의 갯벌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강화주민대책위 윤여균 대표는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며 “갯벌 국립공원과 함께 많은 역사유물을 묶어 연계관광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멀쩡한 갯벌을 죽일 게 아니라 오는 5월 가동되는 시화호 방조제에 추가로 조력발전기를 설치하도록 하자는 대안도 나왔다. 인천만조력발전소가 착공되려면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 이에 앞서 사전환경성검토 최종본을 내야 하는데 주민설명회를 다시 열고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 한수원측은 “당초 올 상반기중 이 절차까지 끝내려 했으나 올 연말까지로 늦췄다”고 밝혔다.

강화=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