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졸업 뒤풀이 막아라”… 골목마다 경찰, 전례없이 삼엄
입력 2011-02-07 21:32
서울 목동 강서고 일대엔 삼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7일 오전 졸업식을 가진 이 학교의 교문 앞과 학교 주변에는 경찰관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교사들 역시 인근 골목 등에 흩어져 학생들을 감시했다. 혹시 모를 졸업생들의 폭력적 뒤풀이를 막기 위해서였다.
학교에서 300m가량 떨어진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만난 김현수(49) 교사는 “학생들이 고교시절을 잘 마무리하도록 하려고 지도에 나섰다”며 “가방이 불룩한 학생은 가방에 밀가루 등 ‘뒤풀이 도구’가 들어 있을 수 있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30분쯤 졸업식이 끝나고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몰려나오기 시작하자 교사들과 경찰관들의 얼굴에서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교문 앞에 있던 김탁유(47) 교사는 “학생들이 그간의 학업 스트레스를 푸는 의미로 과격한 행동을 할 수 있다”며 학교를 나서는 학생들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나머지 교사도 7∼10명씩 7조로 나눠 인근에서 순찰 활동을 폈다. 이들은 오후 12시30분쯤 대부분의 졸업생이 집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본격적인 졸업 시즌이 시작되면서 강서고처럼 교육당국의 방침에 따라 졸업식 직후 교사들이 학교 주변 순찰에 나서는 전례 없는 광경이 빚어지고 있다. 학교 측은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학생들을 졸업식 전에 상담을 통해 주의를 주는 등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서울 중곡동 대원중 교내 강당 앞에서는 오후 2시30분에 예정된 졸업식이 시작되기 전 강신일(53) 교감이 졸업생 이모(16)군을 상담하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강 교감은 소위 ‘학교 짱’으로 통하는 이군에게 졸업식의 의미를 설명하고 성숙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상담이 끝난 뒤 만난 강 교감은 “우리 학교는 졸업식이 끝나고 일탈 행위가 있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아이들 사이에 딴 학교도 뒤풀이를 하는데 우리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생겼을 수 있어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감은 졸업식이 열리기 전 이군 외에도 말썽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학생 4명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강 교감을 비롯한 대원중 교사들 역시 졸업식 직후 인근 순찰에 나섰다. 이들은 오후 3시30분쯤부터 5시쯤까지 경찰관, 재학생과 조를 이뤄 학교 주변을 돌았다. 학교 측은 “후배가 보는 앞에서 졸업생들이 볼썽사나운 뒤풀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학생이 순찰에 동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대원중은 교복 대신 사복을 착용하도록 하면 옷을 찢거나 밀가루를 뿌리는 식의 일탈 행위가 발생할 확률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졸업생에게 사복을 입고 오도록 했다.
이날 서울에서 졸업식을 가진 학교는 모두 3곳이다. 학생들의 일탈 행위는 없었다. 하지만 남은 기간 ‘막장 졸업식’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서울 지역 중·고교 680곳 중 대부분인 666곳(97.9%)은 8∼11일 졸업식을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나 고등학교는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중학교의 경우 먼저 졸업한 선배 고교생이 문제 행동을 강요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앞서 교육당국은 폭력적 뒤풀이 문화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사가 동원된 순찰 활동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경찰 역시 폭력적 뒤풀이에 가담한 학생은 법률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박지훈 임세정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