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힘 실리는 ‘무슬림형제단’
입력 2011-02-07 21:31
이집트 정부와 야권과의 대화에 반미 색채를 띤 불법조직 무슬림형제단이 참여하면서 이들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들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한 건 50년 만에 처음이다.
에삼 알 아리안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6일 기자회견에서 “초대받았으니 가는 것이다. 하지만 대화 참여는 조건적이며, 젊은이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협상 참가를 재고하겠다”고 말했다. 시위들 주도한 청년단체들의 대화 참여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 아메리칸대학의 라바브 알 마흐디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들을 대화에 초대한 건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미 합법화를 선언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태의 열쇠를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도 신중한 반응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대화 참여에 일단 환영을 표하면서도 “향후 전개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 판단과 함께 이들로 인해 미국의 중동 전략이 위험에 빠질 것에 대한 경계심리가 팽배해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이슬람 학자 하산 알반나가 창설한 일종의 이슬람 부흥운동 조직이다. 이후 알제리 튀니지 요르단 등으로 세력을 넓혀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집트에서 1954년 당시 최고 실권자인 가말 압델 나세르의 암살기도 사건 후 불법조직으로 규정됐다. 지난해 1월 8대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무함마드 바디에(68)는 무슬림형제단을 합법 정당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