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새 대통령 선출돼도 ‘정국 안정’ 열쇠는 군부 손에

입력 2011-02-07 21:31

이집트의 안정 여부는 군부의 입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부가 내부 이견들을 해소하고 어떤 입장을 갖느냐에 따라 이집트 정국과 민주화 일정은 크게 영향 받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군부의 손에 달린 이집트의 안정’이란 분석 기사를 통해 “이집트 통치의 열쇠는 부유하고 비밀스런 군부가 쥐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이집트 군부의 지지를 받는 권력이양 과정을 수용하고 있다”면서 “9월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고 해도 군부가 막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군부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철회하고 그들의 개인적 생존을 택한 것 같다고 NYT는 보도했다. 군 장교 출신인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군이 지지하는 정권이양을 주도하고 있고, 이미 무바라크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이집트 출신인 라구이 아사드 미네소타대학 교수는 “군은 냉혹한 결정을 내렸다”며 “군부는 합리적이고 계산에 능한 조직이며, 이들은 무바라크의 권력 유지가 자신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순간 그를 버렸다”고 평가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를 지냈던 다니엘 쿠처는 “이집트 군부가 최종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하임 말카 박사는 군부가 “무바라크 퇴진을 강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라면서 “문제는 군부가 무바라크 이후 어떤 정치시스템을 구축하느냐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군부 내 세력 간 갈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NYT는 카이로 주재 미 대사관이 2008년 워싱턴에 보낸 외교 전문을 인용해 이를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라고 결론지었다. 일부 군 장교들이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을 ‘애완견 푸들처럼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야양을 떠는 아첨꾼’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강한 불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군 중간 장교들이 반정부 시위대에 동정적이어서 친정부적인 군 장성들과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봤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