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불똥튈까… “北 민중봉기 아직은…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
입력 2011-02-07 21:48
북아프리카와 중동 독재국가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민주화 바람이 북한으로도 옮겨갈 수 있을까. 일단 우리 외교·안보 당국자와 대북 전문가들은 민중봉기 혹은 군부 쿠데타와 같은 일이 북한에서 일어날 가능성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들의 신중함 뒤에는 북한 체제가 외부세계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견고했다는 경험이 자리한다. 그러나 과거에 버텼다고 앞으로도 견딘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북 ‘굳건하다 vs 무너진다’=옛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붕괴(1980년대 중후반), 김일성 주석 사망(1994년), 대홍수와 대규모 아사 사태(1990년대 중후반), 김정일 뇌졸중 발병(2008년), 화폐개혁 실패(2009년) 등의 위기상황을 북한은 버텨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7일 북한 체제가 이처럼 공고한 이유로 ‘탁월한’ 감시·탄압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파워엘리트 그룹은 1930년대 만주에서 김일성과 항일무장투쟁을 했던 인사들과 그 2세들로 구성돼 일종의 동질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경제난과 화폐개혁 실패, 초단기 속성으로 진행 중인 3대 세습 등으로 향후 체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올해 정세보고서에서 ‘북한체제 급변사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외교안보연구원 역시 ‘3대 세습구도 과정에서 내적으로 매우 복잡한 전개과정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조봉현 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고질적인 경제난으로 가랑비에 옷 젖듯 북한 정권에 대한 불만이 축적돼 왔다”면서 “일단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중봉기 vs 군부 쿠데타=전문가들은 군부 움직임에 주목한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당 대표자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의 특징 중 하나는 노동당의 군 통제 시스템 강화”라며 “이는 (김정은 체제에서) 군이 반발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 소장은 91년 북한이 함남 비행장 격납고에서 60여명의 군 장성을 집단 사살한 것으로 전해진 ‘6군단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북한에서 90년대 세 차례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조 연구위원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군부 반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오랜 기간 후계자 1순위로 인정받았던 김정남에게 줄을 섰던 엘리트들은 출구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봉기는 아직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구심점이 없고 정보 유통이 더디며 주민들의 민주화의식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중봉기 여건이 차츰 무르익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 등 매체의 발달로 외부세계 정보가 북한 내부로 침투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튀니지나 이집트 사태 소식을 휴대전화를 통해 접하고 있으며, 북한 지도부가 방관하고 있는 장마당(시장)에서는 남한 정보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북한주민 변화 유도 정책’ 등을 올해부터 본격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민중봉기 가능성에 영향을 줄 요소로 꼽힌다.
이도경 이성규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