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대통령 연임 제한… 점진적 권력 이양 로드맵 마련

입력 2011-02-08 01:04


이집트 정부와 야권이 6일(현지시간) 합의한 내용들은 ‘점진적 권력 이양’을 위한 로드맵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집트 최대 야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까지 참여함으로써 합의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젊은층 시위대, 향후 협상 과정에서의 야권 분열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과 야권 단체 대표들은 사법부 인사들과 정치인이 참여하는 개헌위원회를 구성해 다음 달 첫째 주까지 개헌안을 마련키로 했다.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개헌위원회 구성 주체와 범위를 둘러싼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양측은 또 새 헌법에 대통령의 연임 제한 규정을 신설하고, 야당 후보의 대선 출마를 가로막았던 조항들을 폐지키로 합의했다. 이집트 헌법 76조는 대선 후보로 나설 정치인은 중앙의회와 지방의회 의원 250명 이상의 서명을 받도록 규정했다. 집권 국민민주당(NDP)이 의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해 야권에선 대선 후보 출마 자체가 쉽지 않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아들 가말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2007년 11월 헌법에 삽입했다.

하지만 이처럼 왜곡된 제도들도 바뀌게 될 전망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공직 부패와 선거부정을 철저히 재조사하라고 국회와 고등법원에 지시했다. 집권 국민민주당(NPD)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전체 518석 중 83% 이상을 휩쓸었다. 야권과 국민은 이 같은 결과가 선거 부정 탓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법 당국의 재조사 결과에 따라 여당이 상당수 의석을 상실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재선거가 실시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8일부터 일부 지도층의 부정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전직 각료 3명과 NPD 고위 관료 1명이 1차 수사대상이다.

아울러 발효된 지 30년 된 비상계엄법도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상계엄법 폐지에는 ‘안보 상황을 고려해’라는 단서조항이 붙어 향후 정쟁의 빌미가 될 소지가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이던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의 암살사건 이후 비상계엄법을 선포했다. 이후 보안사건 피의자를 영장 없이 구금하고, 민간인을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등 탄압이 계속됐다.

정부와 협상 참여 야권 단체 대표들은 일단 이날 협상에 만족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정부가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했다. 이집트 민주화의 길은 아직 멀다.

김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