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미국의 사태 해결 셈법… “술레이만 YES, 무슬림형제단은 글쎄…”

입력 2011-02-07 21:34

미국이 이집트 사태 해결을 위한 ‘키맨(Key man)’으로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전격적으로 정부와의 협상에 참여한 야권 최대조직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해선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시각은 이집트에서의 친미정권 승계를 넘어 미국의 중동 패권 전략과 맞물려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47차 국제안보회의에서 “술레이만 부통령이 이끄는 이집트 정부가 밝힌 이행 과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 관리가 이집트 개혁 주도자로 특정 인물을 공개 거론한 건 처음이다.

한발 더 나아가 클린턴 장관은 6일 귀국 비행기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조기 퇴진할 경우 대선 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며 술레이만 부통령 중심의 과도정부 체제에 무게를 뒀다. 존 케리 미 상원 외교위원장도 이날 “이집트 정부와 야권 단체들이 정치 개혁 추진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며 “술레이만 부통령과 야권의 만남은 아주 대단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술레이만 부통령이 차기 대권을 잡거나 최소한 대선 레이스에서 주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미국의 기대감이 묻어난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 중재 등 중동외교 정책 전반에서 미국의 이해를 잘 반영해 온 인물이라는 평가다. 또 그는 이집트 군부 내 명망이 두터운 군 장성 출신이기에 친미 성향의 군부 엘리트들이 ‘포스트 무바라크’ 권력 공백기를 채우길 바라는 미국의 희망이 담겨 있다.

반면 미국은 무슬림형제단에 대해선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6일 폭스뉴스와의 특별인터뷰에서 “이집트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변화의 시기”라고 말했다. 특히 무슬림형제단에 대해선 “단지 하나의 분파이며 다수의 지지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잘 조직돼 있고 반미적인 이데올로기 색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 장관도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무슬림형제단이 대화 참여를 결정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향후 전개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평가를 유보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최대 야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을 공식적으로 거부할 수도 없고, 반대로 이 조직에 신뢰를 표명하기도 어려운 미국의 고민이 드러난다. 자칫 차기정부에서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무슬림형제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경우 미국은 중동외교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