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술레이만 부통령 행보는… 美 지지에도 대선 불출마?

입력 2011-02-07 21:33

오마르 술레이만(75) 이집트 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집트 정부 대표로서 야권과의 권력이양 논의를 주도하며 순조롭게 합의 사항들을 이끌어 내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술레이만은 미국의 우회적인 지지 표명 속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후계자로 강력하게 떠오른 인물이다.

군 출신이자 정보국장을 지낸 술레이만 부통령은 현재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집권 이래 30년간 공석이던 부통령 자리에 그를 앉힐 만큼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무바라크가 술레이만을 부통령직에 임명한 건 군부 세력의 재집권과 자신의 안정적 퇴진을 염두에 둔 조치로 분석된다.

1935년 이집트 남부 빈곤 지역에서 태어난 술레이만은 일찍부터 군에서 경력을 쌓아 중장까지 진급했다. 67년과 73년 두 차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참전했다. 93년부터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이집트 정보국 수장직을 지내며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해 왔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 중재 등 중동 외교정책 전반에서 무바라크의 충실한 조언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미국의 이해를 잘 반영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대변인도 술레이만 부통령에 대해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자 긴밀히 협력해 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6년 방미 때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에게 420달러짜리 은 상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95년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구사일생으로 암살 위기를 모면한 것도 그의 선견지명 때문이었다. 무바라크는 당시 일반 승용차를 탈 예정이었으나 술레이만의 권유로 방탄 승용차를 탔고, 이 덕분에 무장괴한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았다.

일각에선 술레이만이 새 정권의 지도자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최측근이라서 동반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야권의 중심세력으로 떠오른 무슬림형제단을 호되게 비판해 온 사실 때문이다. 술레이만 자신도 6일 미 ABC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This Week)’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